업자에 1000만원 받아 유죄 판결 재판 중에도 도시계획위원 유지 용도변경-기부채납 과정에 참여 해당교수 “金씨 전혀 알지 못해”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의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 전체 부지 면적의 70%까지 개발 면적을 넓히기 위해 산과 맞닿은 경사지를 깎으면서 약 50m 높이의 옹벽(사진 왼쪽)이 세워졌다. 성남=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015년 경기 성남시 백현동 사업 인허가 심의·의결 과정에 참여했던 대학교수가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69)가 구속됐던 이른바 ‘성남 빗물저류조 공사비리’ 사건에도 연루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2006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의 성남시장 캠프 선대본부장을 지낸 김 전 대표는 백현동 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1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14∼2016년 성남시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을 지낸 성남 소재 한 대학의 A 명예교수는 2015년 8월 24일 성남시 도시계획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선 자연녹지인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를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준주거지로 용도변경하는 내용의 도시관리계획 변경안이 조건부 의결됐다.
A 교수는 의결 당시 김 전 대표가 이 의원 선대본부장 경력을 이용해 로비를 벌인 성남 빗물저류조 공사비리 사건에 관여해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A 교수와 김 전 대표의 판결문에 따르면 2012년 해당 공사 공법심의위원으로 위촉된 A 교수는 한 시설공사업체 대표인 B 씨의 청탁을 받고 선정을 도와준 대가로 B 씨에게서 1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년 뒤 김 전 대표는 B 씨의 부탁으로 성남시 공무원 상대 로비를 벌여 공사대금을 당초 책정 금액보다 2억6000만 원 올려주고 B 씨에게 1억670만 원을 받았다.
법조계 일각에선 A 교수가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후에도 도시계획위원직을 유지하며 백현동 사업 인허가 과정에 참여한 경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다. 당시 도시계획위원이었던 한 인사는 “A 교수가 재판을 받고 있다는 걸 위원회에선 몰랐다. 알았다면 당연히 위원 자격이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A 교수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전 대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며 “당시 내가 재판을 받고 있는 사실을 위원회에 알려야 된다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