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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챔프라고 쫄지 않고 역전 업어치기”

입력 | 2022-07-14 03:00:00

국제대회 데뷔 2연속 정상, 20세 ‘유도 괴물’ 이준환
세계 1위도 꺾은 지난달 첫 대회… 친구들과 붙는다는 맘으로 출전
질 생각 없었지만 우승도 뜻밖… 초3때 입문 두 달 만에 道 제패
힘 좋아 무제한급 나가 1위도… 목표는 유도 첫 올림픽 2연패



6일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남자 유도 81kg급 국가대표 이준환은 “왼쪽 오른쪽을 가리지 않고 어떤 자세에서든 기술을 걸 수 있다. 정확성을 최대한 살려 장점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진천=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시니어 국제무대 데뷔전에서 세계랭킹 1위를 꺾고 정상에 섰다. 바로 다음 대회에선 올림픽 금메달, 동메달리스트를 연파하며 시상대 제일 높은 곳에 섰다. 세계 유도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한 강력한 등장에 국제대회와 각국 선수 등 유도 관련 소식을 전문으로 다루는 웹사이트 ‘유도인사이드’는 ‘새로운 한국 슈퍼스타의 탄생?’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지난달 조지아 트빌리시,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국제유도연맹(IJF) 그랜드슬램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한 한국 남자유도 81kg급 국가대표 이준환(20·용인대)이다.

최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이준환은 “처음부터 질 생각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첫 대회부터 우승할 줄은 몰랐다.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울란바토르 대회 3회전에서 만난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나가세 다카노리(28·일본), 결승전에서 맞붙은 도쿄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샤밀 보르하슈빌리(27·오스트리아)가 부담되진 않았냐는 질문에 “국제대회라 생각 안 하고 그냥 친구들이랑 붙는다고 생각했다. 쫄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국제유도연맹(IJF)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이준환(왼쪽에서 두 번째). 이준환은 이 대회 3회전에서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나가세 다카노리(오른쪽)를, 결승전에서는 도쿄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샤밀 보르하슈빌리(왼쪽)를 꺾었다. 사진 출처 IJF 홈페이지 

나가세와의 3회전에서는 지도(반칙) 2개에 몰려 반칙패를 당할 뻔했지만 45초를 남기고 업어치기로 절반을 얻으며 승리하기도 했다. 이준환은 “끝까지 포기를 모르는 게 내 장점”이라면서 “심리적으로 밀릴 수 있는 상황에서 침착하게 경기를 잘 풀어내서 뿌듯하다. 유도인생에서도 많은 걸 배웠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태권도, 수영, 권투 등 여러 운동을 해왔던 이준환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동네 도장에서 유도를 시작했다. 아버지는 밖에서 얻어맞고 다니지나 말라는 마음으로 그에게 유도를 권했다고 한다.

그렇게 유도를 시작한 이준환은 두 달 만에 나간 경기도 대회에서 우승하며 쌀 한 가마니를 타왔다. 초등학교 5학년 때는 경기 수원에서 안산으로 이사해 일찌감치 관산중 유도부에서 훈련했다. 의정부 경민고 시절 고교연맹전에서 자신의 체급(81kg급)은 물론이고 무제한급에서 100kg이 넘는 상대들을 꺾고 2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체급에 상관없이 힘과 기술로 다 넘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성인 대표팀에 합류한 이후로 체계적인 웨이트트레이닝의 덕을 보고 있다. 그 결과 현재 1회 기준 스쾃(190kg), 데드리프트(210kg), 벤치프레스(145kg) 합쳐 총 545kg을 들어올리고 있다. 선수촌에 들어와 100kg 가까이를 늘렸다고 한다. 무제한급의 선배 김민종(22)도 “준환이는 체급에 비해 힘이 좋은 데다 모든 기술이 주특기라고 할 정도로 뛰어나다”고 했다.

취미는 피아노 연주. 4세 터울의 동생에게 배우다 최근에는 독학한다고 한다. 악보는 볼 줄 모르지만 유튜브를 통해 건반을 따라 치며 마음의 여유를 얻는다. 최근에는 기타도 배워볼 생각으로 새로 장만했다. 별명은 얼굴이 닮았다는 이유로 축구선수 정우영으로 불린다. 좌우명은 ‘일체유심조’(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다.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이준환의 목표는 하나다. 한국 선수로는 누구도 해내지 못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겠다는 것. 더욱이 그의 체급인 81kg급은 2012년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재범 이후 이렇다 할 간판스타를 찾지 못한 체급이다. 롤 모델을 묻자 이준환은 “너무 많아서 고를 수 없다”며 잠시 고민하고는 “그보다는 내가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신성(新星) 이준환의 얼굴에 자신감이 번뜩였다.



진천=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