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사상 첫 ‘빅 스텝’]국내 첫 금리 빅스텝 단행 배경 이창용 “고물가 지속땐 모두 피해”… 경기침체 감수하고 선제 금리처방 “올 연말 금리 2.75~3% 합리적”… 연내 두세 차례 더 인상 예고 금리 올리면 소비-투자는 둔화… 전문가 “침체 가능성 높아졌다”
“지금 선제 대응하지 않으면 더 큰 피해가 올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후 기자회견에서 이례적으로 ‘초강수’를 둔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경기침체의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지금 당장 고물가에 대응하지 않으면 경제 전반이 돌이킬 수 없는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지금부터라도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조금씩 고통을 분담해야만 전쟁과 공급망 위기, 팬데믹 등으로 비롯된 글로벌 경제 복합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다는 메시지다.
○ “경기보다 물가부터 챙겨야”
특히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어느 때보다 빠르게 확산하며 우려를 키우고 있다. 경제 주체들이 예상하는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 3.9%로 한 달 만에 0.6%포인트 올랐다. 상승폭이 2008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 연말 기준금리 3%까지도 전망
‘인플레 파이터’로서 방향을 확실히 잡은 한은은 앞으로도 금리인상 행진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올 연말 기준금리가 2.75∼3.0%까지 오를 것이란 시장 전망에 대해 “합리적”이라고 답했다. 올해 앞으로 남은 8, 10, 11월 금통위 회의에서 연속으로 금리 인상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2.75%가 될지 3.0%가 될지는 주요 선진국이 금리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하반기(7∼12월) 경기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지 등 여러 요인에 달렸다”고 했다. 다만 이 총재는 “당분간 25bp(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추가 ‘빅 스텝’ 여부에 일단은 선을 그었다. 한은의 이런 판단은 ‘빅 스텝’과 같은 충격 요법을 연속적으로 사용할 경우 물가를 잡기도 전에 경기침체와 빚 부담 증가 등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론 향후 물가 상황 등 경제 환경의 변화에 따라 한은이 긴축 속도를 높일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 경기 타격은 불가피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