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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헌재심판대 오른 ‘사형제’…13년 만에 공개변론

입력 | 2022-07-14 06:00:00


역대 세 번째로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사형제도 헌법소원심판의 공개변론이 13년 만에 다시 열린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형법 41조 1호 등에 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 공개변론을 진행한다.

A씨는 지난 2019년 한국천주교주교회의와 함께 이번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당시 A씨는 존속살해 등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2심과 대법원에서도 각각 항소와 상고가 기각돼 사형을 선고받지는 않았다. 반면 보조참가인으로 이름을 올린 정모씨는 2000년 7월 ‘삼척 신혼부부 엽총 살해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정씨는 1999년 강원 삼척시의 한 도로에서 20대 신혼부부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신혼부부가 자신을 추월했다는 이유로 꿩 사냥을 위해 들고 온 엽총을 쏴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는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 모두 사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생명권을 박탈하는 사형제도는 헌법에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형제도가 범죄를 억제한다는 것을 입증할 연구결과도 없고, 집행되면 되돌리기 힘들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반면, 법무부는 헌법이 사형을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았다는 것에 주목한다. 또 사형제도는 생명에 대한 인간의 본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범죄예방에 효과가 있으며, 흉악범 등 엄격한 요건에 따라 사형이 선고·집행돼 우려가 적다고 주장한다.

이날 청구인 측에선 허완중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가 나선다. 전 교수는 “확인할 수 없는 국민의 법감정은 사형제도를 정당화할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법무부 측 참고인인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현대 형사사법에서 응보의 요소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며, 국민의 법감정은 여전히 응보적 정의를 요청하고 있다는 점을 무시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헌재에서 참고인으로 선정한 고학수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사형제도의 범죄예방 효과를 다룬 각종 연구사례를 소개하며 실증적인 분석이 어렵다는 의견을 낼 예정이다.

형법 41조는 죄를 저질렀을 때 받을 수 있는 형의 종류로 사형을 명시하고 있다. 같은 법 250조 2항은 자신이나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하면 사형 등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우리 정부가 사형을 집행한 건 1997년 12월30일이 마지막이다. 이후 단 한 차례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제도 폐지국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복역 중인 사형수는 59명이다.

사형제도가 헌재 심판대에 오른 건 이번이 세 번째다.

헌재는 1996년 살인죄의 법정형으로 사형을 규정한 형법 250조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7(합헌)대2(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2010년에는 형법 41조 1호와 관련해 5(합헌)대4(위헌)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한 바 있다.

특히 헌재가 사형제도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각계 전문가로부터 의견을 듣는 건 2009년 이후 13년 만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