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Fields Medal)은 탁월하고 독창적인 연구를 한 40세 미만 수학자에게 4년마다 수여되는 상입니다. 올해는 허준이 한국고등과학원 석학교수 겸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39·사진)가 한국계로서는 처음으로 수상을 해 더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허 교수가 어린 시절부터 수학에 천재성을 드러낸 건 아니라고 합니다. 한때는 스스로 수학을 잘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정도였고, 오히려 고등학교 시절의 꿈은 시인이었습니다. 선택한 대학 전공도 물리천문학부인 만큼 일찌감치 수학에 두각을 드러낸 천재들과는 다소 다릅니다.
대학 4학년 때까지만 해도 과학기자를 생각하고 있던 그는 서울대에 강연을 온 1970년 필즈상 수상자인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토대 명예교수의 강의를 듣고 대수기하학의 세계에 매료됩니다. 이를 계기로 같은 대학 수리과학부 대학원에 진학해 대수기하학을 이용해 조합론의 다양한 수학적 난제를 해결하는 ‘조합 대수기하학’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과정이 평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서울대 석사과정을 마치고 미시간대를 포함해 미국 대학 12곳의 박사과정에 지원했지만, 일리노이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거절당합니다.
이제 막 박사과정에 들어간 신참 연구자가 학계에서 50년 동안 풀지 못했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자 미국 수학계의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이후 허 교수의 입학을 거절했던 미시간대의 제안으로 그는 미시간대로 옮겨 연구를 계속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필즈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수학의 매력은 동료들과 함께 연구할 수 있는 그 과정에 있다.” “현대 수학은 공동연구가 활발하다. 혼자 하는 것보다 동료들과 함께 생각하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흔히 천재는 외골수라 혼자 연구한다거나 ‘어린 시절부터 다르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필즈상을 수상한 허 교수를 보면 이런 생각은 섣부른 편견이 아닐까 싶습니다. 허 교수의 성취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