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 성인 직업체험학습 인기, 도예-목공-재봉 등 20여개 강좌 희망자 몰려 모든 강좌에 대기자… 은퇴후 활용할 ‘인생 취미’ 발견도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샘터공방에서 수강생들이 강사의 지도를 받으며 화병, 컵 등을 만들고 있다. 이 강의는 서대문구가 주민들의 직업체험을 위해 마련한 ‘천직(天職)을 위한 시간’ 프로그램의 도예가 과정이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이건 흙으로 만든 숟가락 받침대 위에 붙일 장식이에요.”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지하철 6호선 증산역 인근의 한 도예공방. 한 수강생이 흙으로 작은 꽃 모양을 만든 다음 이렇게 말하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제 꽃 장식에 예쁜 색을 칠할 것”이라며 색화장토(흑과 염료를 섞은 것)를 꺼냈다. 색화장토에 물을 더하니 화사한 물감으로 변했고, 꽃 장식은 다채로운 색으로 변했다.
이날 공방에선 수강생 10명이 흙을 주무르며 도자기를 만들고 있었다. 한 40대 여성은 “최대한 매끄러운 그릇을 만들겠다”며 두 눈에 질끈 힘을 주고 모양을 잡았다. 얼핏 보면 단순한 취미 같지만 서대문구가 운영하는 직업체험학습 프로그램 ‘천직(天職)을 위한 시간’ 현장이었다.
○ ‘천직을 위한 시간’으로 직업체험
서대문구는 관내 주민들이 취미와 재능을 발견하고 직업체험까지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천직을 위한 시간’을 2년 전부터 운영 중이다. 도예 강좌는 물론이고 목공, 재봉, 집수리, 네일아트 등 20여 개 분야의 강좌가 연중 이어진다.이날 열린 도예 강좌는 ‘지혜를 담다, 도예가 과정’. 지난달 13일 시작해 주 1회씩 총 8번의 수업이 이어진다. 수업마다 다양한 도예 기법을 배운 뒤 머그컵, 액자 등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하는 게 목표다. 구 관계자는 “개인차가 있지만 원하는 모양을 자유자재로 구현하는 수준까지 오르는 수강생도 있다”고 전했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최성희 씨(52)는 자연 환경을 활용해 미술을 구현하는 ‘생태미술’ 전문 어린이집 교사다. 최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한동안 일을 못 하다가 최근 일을 다시 시작했다”며 “도예를 통해 흙의 특성을 더 배워 수준 높은 교육을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구에 따르면 ‘천직을 위한 시간’으로 제2의 인생을 여는 주민도 적지 않다. 지난해 열렸던 바리스타 수업에선 수강생 20명 전원이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다.
○ ‘인생 취미’도 얻는 시간
성인 대상 수업인 만큼 수업을 듣는 이유도, 수업을 통해 얻는 것도 수강생마다 제각각이다. 최 씨처럼 직업적 능력을 갖추기 위한 수강생이 있는가 하면, 은퇴 후 자유시간을 활용할 ‘인생 취미’를 발견하려는 사람도 적지 않다. 도예 수강생 명리정 씨(56)는 지난해 겨울 잠시 도예를 배웠다가 재미가 붙어 이번 수업을 또 듣게 됐다. 명 씨는 “화초 키우기가 취미라 직접 화병을 만들려고 도예를 시작했는데, 이제 화초를 키우는 것보다 화병 만드는 게 더 재밌다. 수업시간만으로는 성에 안 차 집에서도 작품 5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