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유행] BA.5보다 전파속도 3배 빠른 ‘켄타우로스’ 국내 상륙 켄타우로스 국내 첫 감염자 확인, 60대 확진자 최근 해외 간 적 없어 지역사회 전파 이미 시작된 듯 “올해초 같은 코로나 확산세 우려”
해외에 다녀온 적 없는 내국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세부 계통인 ‘BA.2.75’(일명 ‘켄타우로스’)에 감염됐다. 켄타우로스는 현재 국내 코로나19 유행을 주도하는 또 다른 세부 계통 ‘BA.5’보다 전파 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질병관리청은 11일 코로나19에 확진된 인천 거주 60대 A 씨의 검체를 정밀 분석한 결과 켄타우로스로 확인됐다고 14일 밝혔다. 해당 변이의 첫 국내 확진 사례다. 현재 재택치료 중인 A 씨의 감염 경로는 밝혀지지 않았다. 방역당국은 A 씨가 최근 해외를 방문한 적이 없어 켄타우로스가 이미 국내 지역사회에 퍼진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은 A 씨의 동거인과 접촉자 등 4명도 조사하고 있으며, 아직 추가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다.
켄타우로스는 5월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한국을 포함한 16개국으로 확산됐다. 미국 아칸소주립대 연구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인도 내 확산 속도가 BA.5 대비 3.2배에 달했다. 해외 연구진은 켄타우로스가 BA.5보다 돌연변이가 더 많아 백신이나 자연면역을 무력화시키는 수준이 더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최근 켄타우로스를 ‘우려변이 세부 계통’으로 지정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전국 45개 상급종합병원장과 긴급 간담회를 열고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재가동 등을 논의했다. 이기일 복지부 2차관은 “고위험 중환자가 치료받을 수 있는 병상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BA.5 확산속 ‘켄타우로스’ 상륙… “태풍 2개 연달아 몰아쳐”
국내 첫 켄타우로스 확진자 발생
두 변이 다 돌파감염-재감염 위험, 동시 유행땐 기존 정점 넘을 우려
켄타우로스, 지역내 감염 가능성, 병상대비 계획 등 재검토할 필요
치명률-중증화율 아직 안 알려져
“이미 태풍이 상륙한 땅에 또 다른 태풍이 오는 형국이다.” 1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세부 계통 ‘BA.2.75’(일명 ‘켄타우로스’) 국내 확진자가 확인된 것을 두고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가 한 말이다. 이미 국내에는 ‘BA.5’가 퍼지며 코로나19 여름 재유행이 시작됐다. 여기에 전파력이 더 강한 켄타우로스까지 유입되면서 방역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두 변이 모두 돌파감염과 재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 하루 최대 62만1148명(3월 17일)이 감염된 올 초 오미크론 변이 유행 때보다 확진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해외 나간 적 없는데… 감염경로 몰라
이날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첫 켄타우로스 감염 환자 A 씨는 최근 해외에 다녀온 적이 없다. 켄타우로스가 국내에서 자연 발생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른 해외 유입 환자에게서 비롯된 바이러스가 지역사회 내의 ‘n차 감염’을 거쳐 A 씨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A 씨가 8일 처음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인 뒤 11일 확진돼 격리된 만큼 그사이에 추가 확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켄타우로스의 치명률과 중증화율 등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A 씨의 증상은 재택치료가 가능한 정도로 전해졌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켄타우로스의 치명률이 얼마나 될지 임상 자료를 확보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 “엎친 데 덮친 격, 유행 예측 수정해야”
켄타우로스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방역대책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국내 전문가들은 BA.5가 검출률 50%를 넘는 우세종이 된다는 전제하에 8월 중순 하루 최대 확진자를 25만∼38만 명으로 예측했다. 정부도 이 규모에 맞춰 코로나19 중환자 병상과 분만, 혈액투석 등 특수 병상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켄타우로스가 유행하는 해외에서 확진자가 크게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병상 계획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파력이 강한 새 변이 2개가 동시에 유행했을 때의 파급력은 올 초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 때 이미 경험했다. 지금까지 국내 최대 확진자가 나온 3월 17일이 바로 오미크론 변이와 그 하위 변위인 ‘스텔스 오미크론(BA.2)’이 함께 유행한 시기였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켄타우로스가 BA.5를 밀어내고 우세종이 될지, 함께 유행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하지만 기존 예측보다 확진자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 돌연변이 많아 ‘재재(再再)감염’ 우려
특히 켄타우로스의 돌연변이 부위는 BA.5와 거의 겹치지 않는다. 즉, 최악의 경우엔 올 초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됐던 환자가 BA.5에 재감염되고, 켄타우로스에 다시 감염되는 ‘재재감염’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켄타우로스 변이(BA.2.75)‘스텔스 오미크론’ BA.2에서 8개 부분에 추가 변이가 생긴 하위 변이. 기존 변이와 확연히 달라 그리스 신화 속 반인반수(半人半獸)의 이름이 붙었다. BA.5 대비 전파 속도가 3.2배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