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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도 아닌데…포탄 파편이” 포사격장 주민들 ‘조마조마’

입력 | 2022-07-15 14:19:00

15일 오전 전남 장성군 진원면 한 주택 현관문이 포탄 파편으로 추정되는 물체에 의해 훼손돼 있다. 현장 조사를 진행한 군 당국은 길이 25㎝, 두께 2㎝ 정도로 전차용 포탄의 파편으로 추정하고 있다. 2022.7.15/뉴스1


“어째 불안해서 살겄소. 군부대든 마을주민이든 둘 중 하나는 떠나야 해결되겄네.”

15일 오전 전남 장성군 진원면의 학동마을. 주민 서너명이 한 주택 앞에서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들은 인근 야산부터 주택 정문까지 일대를 돌아다녔고, 휴대전화로 혹시 모를 추가 피해가 있는지 살펴봤다.

이 주택은 지난 12일 대전차용 포탄 파편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낙하한 곳으로, 파편은 건물 지붕을 뚫고 현관문에 박힌 상태로 발견됐다.

당시 현장조사에 나선 군 당국과 관할 지자체, 경찰 등은 길이 25㎝, 두께 2㎝의 대전차용 포탄 파편으로 추정했다.

철제 현관문은 성인 여성의 손 두뼘 정도로 찢겨져 있어 낙하 당시 포탄의 위력을 가늠케했다. 현관문 위쪽 패널지붕 역시 파손된 상태여서 파편이 지붕으로 1차 낙하한 뒤 현관문에 박힌 것으로 보였다.

15일 오전 전남 장성군 진원면 한 주택 현관문이 포탄 파편으로 추정되는 물체에 의해 훼손돼 있다. 현장 조사를 진행한 군 당국은 길이 25㎝, 두께 2㎝ 정도로 전차용 포탄의 파편으로 추정하고 있다. 2022.7.15/뉴스1

학동마을은 상무대 육군기계화학교 전용인 황룡포사격장에서 2㎞가량 떨어져 있고, 마을과 포탄 탄착점(표적) 사이에는 높이 150m의 불태산 자락이 자리하고 있다.

주민들은 민가를 덮친 포탄 사건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포탄 파편이 발견된 주택의 바로 옆집에 사는 김은기씨(64)는 “낙하 당시 사람이 없어서 망정이지…”라며 “하마터면 사람이 죽을 뻔 했다. 아직도 포탄 소리만 들리면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이번 사건을 최초로 목격한 주민 강철원씨(72)는 “파편이 현관문에 박혀 있길래 전쟁이라도 난 줄 알았다”며 “언제 또 떨어질 지 모르니 주민들은 집에 있기도, 마을 밖을 돌아다니지도 못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문에서 50㎝ 떨어진 곳에는 LP가스통도 있어 하마터면 대형 폭발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했다.

주민들은 부대든 주민이든 둘 중 하나는 이곳을 떠나야 평화로워질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한평생 이 마을에서 살았다는 정희권씨(84)는 “과거에도 두차례 비슷한 일이 있었다”며 “이곳이 평생의 터전인 주민들보다는 군부대가 이전해야 하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현재 군부대는 파편을 회수해 포탄 종류와 이번 사고의 원인,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고, 장성군은 이날 현장을 방문해 주민들을 위로하고 군부대에 대책 마련을 요청할 계획이다.

(장성=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