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지지율 하락, 오만한 태도에 민심 외면 국민 눈높이에서 메시지 전략 손질해야
정연욱 논설위원
정치권에서 겉과 속이 다른 대표적인 발언을 꼽으라면 “지지율에 신경 쓰지 않는다”일 것이다. 지지율은 변덕스럽지만 민심의 단면임을 부인할 수 없어서다. 안정적인 대통령 지지율은 든든한 국정동력이다.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던 문재인 정권의 고위 인사도 “임기 말 역점 과제는 지지율 관리와 코로나19 방역이었다”고 토로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지지율이 30%대로 굳어지고 있다. 취임한 지 두 달 만이라는 시점도 그렇지만 부정 평가는 60%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0.73%포인트 차라는 대선 표심이 무색할 정도로 지지율 간극은 크게 벌어졌다. 중도층만 아니라 국민의힘 지지자들마저 대거 이탈했다는 방증이다. 이런 급락세가 심상치 않은 이유다.
지난 두 달간 이명박(MB) 정부 초반 지지율을 무너뜨린 ‘광우병 사태’ 같은 돌발 변수도 없었다. 대선과 지방선거 연패의 늪에 빠진 야당도 무기력했다. 오롯이 윤 대통령의 시간이었다.
윤 대통령은 3김(金)과 같은 확고한 지역 기반도 없고, 박근혜 문재인처럼 ‘묻지 마’ 지지 세력은 더더욱 없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이 승리한 배경엔 문 정권의 검찰 장악에 맞선 윤석열 개인의 스토리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압도적인 정권 심판 여론이 없었다면 윤석열 스토리가 빛을 발할 수 있었을까. 대선이 끝나면서 보호막이 걷히고 윤석열 정치가 전면에 부상했다.
윤석열 정치의 핵심은 누가 윤석열 정부를 이끌어 가느냐다. 대통령실의 총무, 인사, 사정 등 핵심 포스트는 검찰과 관료 출신들로 채워졌다. 그중에서도 오랜 세월 검찰에서 인연을 맺은 인맥들이 열쇠를 쥔 모양새다. 검찰과 관료 조직 문화는 철저한 상명하복(上命下服)이다. 정치권처럼 도발적인 문제 제기보다는 상부의 지시나 의중에만 맞춰 가는 업무가 체질화되어 있다. 대통령의 장악력이 강할수록 윗선만 바라보는 풍토가 만연해지는 이유다.
정치의 본령은 민심과 같이 호흡하는 것이다. 민심의 요구에 귀 기울이고, 어긋났다면 바로잡고 개선해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아무리 좋은 메시지를 쏟아낸다고 해도 결국 국민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관건 아닌가. 정치 영역은 진위를 가리고, 법적 시비를 따지는 검찰 사무와 180도 결이 다르다.
정권 초반의 경고음은 분명 위기이지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취임 초반에 20%대 지지율로 추락했던 이명박 정부는 중도실용 노선으로 방향 전환을 하면서 지지율 회복에 성공했다. 대전환의 물꼬는 MB가 텄다. 먼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면서 참모들을 독려했다. 윤 대통령도 지난 두 달간을 냉정하게 진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남 탓’보다 ‘내 탓이오’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새로운 반전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달이면 벌써 취임 100일이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