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VC ‘한국투자파트너스’ 이끄는 황만순 대표 경기침체에도 주 4건 정도 투자결정… 꾸준한 후속투자가 성과로 이어져 창업자는 외부와 지속적 소통 필수… 사업관련 정보-도움 적극 요청해야 창업선배 ‘성공 노하우’ 전수도 필요… 백신 등 국내 바이오 생산능력 강점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이사는 지난달 말 가진 인터뷰에서 “기업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낸 분들은 기술을 바탕으로 경영을 경험해 본, 스타트업들의 훌륭한 멘토”라며 “기성세대가 무상으로 자신의 노하우와 경험을 나누는 문화가 확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운용자산 4조 원.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운용자산 규모가 국내에서 가장 큰 벤처캐피털(VC)이다. 한국은 물론 미국과 중국 싱가포르 등에 거점을 두고 세계적으로 1000여 곳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황만순 대표(52)는 2009년 한국투자파트너스에 팀장으로 입사해 2021년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서울대 약대에서 학사·석사 학위를 받고 제약 연구원과 임상시험수탁기관(CRO) 부사장 경험을 바탕으로 제약·바이오 분야 7700억 원 규모 펀드도 운용 중이다. 자본 시장에 어둠이 깔리는 시기, 스타트업 투자의 현황과 전망, 세계 시장과 비교해 한국 사회에 부족한 스타트업 투자 문화 등에 대해 들었다.》
―금리가 오르고 증시가 가라앉으면서 창업자들이 투자 받기가 힘들어질 것 같다. 창업자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 줄 수 있나.
“지난 몇 년 동안은 사실은 투자 받기가 너무 쉬운 환경이었다. 그래서 준비 안 된 어설픈 창업자와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투자 받은 이들도 적지 않았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위험이 많았다는 의미다. 자본 시장에서 지금은 사람들이 투자가 두렵다고 얘기한다. 그렇지만 투자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투자를 멈추는 일은 없다. 규모가 작아지고 조금 더 신중해질 뿐이다. 창업자들은 ‘어떤 준비를 하면 투자를 받을 수 있나’에 좀 더 신경을 쓰면 된다. 준비를 한 스타트업들은 늘 투자받게 돼 있다. 작년에는 매주 평균 6∼7건 정도 투자 결정을 했고, 지금도 매주 4건 정도는 투자 결정을 하고 있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최근 5000억 원 규모의 ‘한국투자 Re-up 2펀드’를 4250억 원에 1차 마감했다. 스타트업 투자 펀드로는 국내 두 번째 규모다. 투자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다.
―약대를 졸업하고 연구원을 거쳐 2001년 투자심사 업무를 처음 시작했다.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나 환경이 많이 변했을 듯하다.
―스타트업 투자가 아직 일반화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대한민국 산업 구조에서 스타트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것이라는 점에서 개인도 스타트업 투자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할 듯하다.
“스타트업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국가적으로도 보면 대기업으로 일자리를 크게 늘리는 것은 불가능한 구조다. 일자리를 만들어야 되기 때문에 전 세계 어디를 가 봐도 똑같이 스타 스타트업을 만들기 위해서 눈에 불을 켜고 있다. 국가의 기본적인 목표 중 하나가 일자리 창출이라는 데 동의한다면 스타트업이 그 해답이 될 수밖에 없다. 열정적인 창업자들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나 상품을 만들어 부를 얻고, 거기에 투자한 에인절투자자들은 부를 나눠 가지고, 벤처캐피털들은 사업 과정을 지원하면서 과실을 나눠 가지는 것이다. 국가는 이 모든 과정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세제나 정책으로 뒷받침하면 된다고 본다.”
―창업자에게 중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끊임없이 외부와 대화를 하려는 태도’라고 말하고 싶다. 주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도움을 요청하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어떤 벤처캐피털이 투자를 했다면 창업자는 그 벤처캐피털을 붙들고 회사에 필요한 사업 파트너나 인재 채용 등 온갖 가지를 다 도와달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의외로 창업자 중에 아쉬운 소리를 안 하는 분들이 많다. 창업을 준비 중이라면 어떻게라도 회계사나 변리사, 변호사, 교수를 소개받아 필요한 것들을 물어볼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당신들이 보는 내 강점은 뭐고, 약점은 뭔가’ ‘미국에 진출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가’ 등 무엇이라도 묻고 듣는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끊임없는 대화와 정보 교환으로 자신의 비즈니스 플랜을 공고히 해 나가야 한다. 창업 호황기 때는 창업자들이 이런 것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창업 여건이 어려워졌는데도 잘 안 하는 것 같다.”
―투자를 하면서 눈여겨보는 분야는 어디인가.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어떤 원칙이나 자세로 투자에 임하나.
“한 번 투자를 하면 후속투자를 꾸준히 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초기 기업이 상장을 해서 설비 투자 등을 위해 유상 증자를 할 때도 투자를 할 정도다. 국내에서 이르게 2015년부터 해외에 진출해 나스닥에 상장시킨 기업이 있는 등 해외 네트워크가 다른 벤처캐피털보다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성공한 펀드 청산이 늘어나면서 회사의 수익이 커지고 있다. 개인이 한국투자파트너스에 투자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젊은 친구들이 창업을 하겠다고 하면 성공한 창업자 선배들이 도와주는 문화가 훨씬 더 활성화돼야 한다. 자신이 평생 경험하며 알게 된 노하우와 인맥, 사업하면서 조심해야 될 것들, 배짱 심어주기 같은 것들로 도와줘야 한다. 조금씩 그런 분들이 생기고는 있지만 미국과 비교하면 아직 너무너무 부족한 상황이다. 세상에 돈은 많다. 성공한 기업가들이 더 많이 자신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나눌 수 있어야 창업 성공의 선순환 구조가 생긴다.”
황 대표는 사단법인 한국청년스타트업협회 회장도 맡고 있다. 창업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이들이 있으면 근무 시간을 피한 새벽과 밤 시간에 조언을 해준다. 국내 벤처캐피털과 액셀러레이터들이 창업 과정을 돕고 있지만 투자를 한 기업들이 대상이다. 도움이 필요한 곳은 훨씬 더 많다는 것이 황 대표의 생각이다. 창업한 회사가 다 성공해야 되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얼토당토않은 실수로 망하는 일은 줄여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황대표는…
△서울대 학사(제약학·1994년)·석사(약제학·1996년)
△유한양행 연구원(1996년)
△한국바이오기술투자 투자팀장(2001년)
△켐온 부사장(2004년)
△한국투자파트너스 상무(2009년)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