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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뉴욕을 걸었다, 신발 아홉 켤레가 닳도록

입력 | 2022-07-16 03:00:00

◇아무도 모르는 뉴욕/윌리엄 B 헬름라이히 지음·딜런 유 옮김/680쪽·3만2000원·글항아리




“여기에 하루 종일 서 있으면 지루하지 않나요?”

“예수님의 그림을 보고 삶에 대해 묵상하고 있죠.”

아프리카 가나 출신으로 미국 뉴욕의 성경박물관에서 일하고 있는 경비원과 저자의 대화다. 생존을 위해 다른 직업을 선택했지만, 경비원은 사기 사건 수사관을 꿈꿔 왔다.

뉴욕은 오랫동안 세계 경제의 중심이자 가장 매력적인 도시의 하나로 꼽혔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접근법이다. 사회학자인 저자는 걸으면서 도시와 사람들의 변화를 보여주자는 ‘무모한’ 계획을 세웠다. 그는 2008년부터 4년간 9783km를 걸었는데, 가장 편하고 질긴 신발 아홉 켤레가 닳았다고 한다. 걸으면서 사람들과의 인터뷰가 이뤄졌고, 종종 스포츠와 종교 등 다양한 이벤트의 참석자가 됐다. 그렇다고 도시의 역사와 풍경을 기행문 형식으로 다룬 책은 아니다. 저자의 관심은 도시의 외형적인 변화 안쪽에 자리 잡은 뉴요커의 내면, 변화와 그 이유에 맞춰져 있다.

책은 ‘뉴욕의 내밀한 삶과 심장’ ‘핫도그, 꽃, 꿈: 새로운 이들’ ‘다이너, 사랑, 엑소시즘, 양키스: 뉴욕의 커뮤니티’ 등 여러 키워드를 중심으로 8장으로 구성돼 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경제적 문제를 비롯해 종교와 문화, 이민과 옛 도심의 개발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 등 쉽지 않은 주제들을 쉽고 흥미롭게 다뤘다. 불행하게도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숨진 저자의 결론은 이렇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세계 최고의 도시 중 하나로 남을 것이다. 그것이 뉴욕의 운명이다.”




김갑식 문화전문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