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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글로벌 패권 다툼서 살아남으려면

입력 | 2022-07-16 03:00:00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착각/이진우 지음/208쪽·1만5000원·휴머니스트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설마 전쟁이 일어나진 않겠지’라고 여긴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비켜 간 결과였다. 막연한 평화주의는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이어진 평화에 세계가 익숙해진 탓일까.

정치철학자인 저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20, 21세기 일어난 다른 전쟁과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자유주의 체제의 서방세계와 이를 위협하는 테러 세력의 갈등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와 평화 패러다임을 뒤엎을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저자는 평가한다. 전쟁은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났지만 세계 패권을 노리는 중국과 이에 동조하는 러시아의 권위주의 진영이 미국과 유럽 중심의 자유주의 세계와 충돌한 상징적인 전쟁이란 분석이다.

세계의 경각심이 덜했을 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일찍이 예고했다. 책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12일 발표한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의 역사적 통일에 관하여’란 글에서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은 한 민족, 하나의 전체”라고 밝혔다. 저자는 이 글에 푸틴 대통령이 북동유럽을 지배했던 러시아의 표트르 대제(1672∼1725)의 ‘영광’을 되찾고 싶어 하는 속내가 담겨 있다고 분석한다.

러시아 민족주의, 즉 유라시아주의의 배경엔 러시아의 두 사상가 이반 일린과 알렉산드르 두긴이 존재한다. 이들은 러시아인 중심의 단일한 세계를 주창한다. 독일의 히틀러와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등 독재정권이 표방했던 전체주의와 크게 다르지 않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협의했다. 저자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중화주의는 중국적 유라시아주의이며 러시아의 유라시아주의와 연대한다고 말한다. 또 향후 서방 중심의 세계 질서와 중국·러시아의 유라시아주의가 계속 충돌할 경우 3차대전의 발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패권 경쟁에서 분단국가인 한국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향후 한국이 취해야 할 정치 외교적 전략에 대한 저자의 분석이나 전망이 담기지 않은 건 다소 아쉽다. 하지만 분명한 건 패권 충돌에서 살아남는 길은 역사의 교훈에서 알 수 있듯이 해묵은 진영 논리에서 벗어날 때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