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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빅스텝에도… 환율 급등 1326원

입력 | 2022-07-16 03:00:00

[글로벌 복합위기]
14원 껑충… 금융위기이후 최고




달러화 초강세가 지속되며 원-달러 환율이 1320원 선을 뚫고 사흘 만에 연고점을 갈아 치웠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4.0원 급등(원화 가치는 하락)한 1326.1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4월 29일(1340.7원) 이후 가장 높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5.9원 오른 1318.0원에 출발해 10분 만에 1320원 선을 돌파했고, 장중 1326.7원까지 치솟았다.

한국은행이 13일 전례 없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9.1%)과 생산자물가 상승률(11.3%)이 시장 전망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초강력 통화긴축에 나서고, 그로 인해 세계 경기가 침체될 것이라는 공포가 커지면서 안전 자산인 달러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4%로 떨어지며 중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점과 유럽의 통화 가치가 떨어진 것도 ‘슈퍼 달러’를 부추기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1370원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물가가 꺾이는 걸 확인하기 전까지 미 달러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3분기(7∼9월) 1350∼1370원 수준까지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국내 증시는 보합세를 나타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37%(8.66포인트) 오른 2,330.98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0.48%(3.69포인트) 내린 762.39에 거래를 마쳤다.




브레이크 없는 환율, 1370원 전망도… 수입물가 두달째 뜀박질

금리 빅스텝에도 환율 1326원
中성장 둔화-美긴축에 달러 초강세… “韓, 1300원대 환율이 일상될 것”
수입물가 더 올라 한달새 0.5%↑…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듯
한은 추가 빅스텝 가능성도 거론



한국은행의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도 원-달러 환율 상승세(원화 가치는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초강력 통화 긴축 우려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유로존 침체가 두드러진 상황에서 중국 성장률 추락까지 더해지자 미 달러만 홀로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브레이크 없는 강달러의 질주에 당분간 1300원대 원-달러 환율이 ‘일상’이 되고, 9월까지 1370원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 연준이 예상보다 더 빠르고 강력한 긴축에 나서면 한은도 금리 인상 보폭을 넓힐 수밖에 없고, 그 경우 한국 경제 침체도 가팔라질 수 있다.
○ 빅스텝도 막지 못한 환율 급등

15일 원-달러 환율은 1326.1원으로 마감해 12일(1312.1원) 기록한 연고점을 불과 사흘 만에 갈아 치웠다. 한은이 13일 기준금리를 연 2.25%로 0.50%포인트 올렸지만 1300원대 고환율을 잡지 못한 것이다.

‘슈퍼 달러’ 현상은 미국발(發) 긴축 우려 영향이 크다. 세계적으로 안전자산인 달러에 수요가 몰리면서 달러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14일(현지 시간) 장중 109.29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갈아 치웠다.

유럽 등 주요국 통화 가치가 약세를 보인 것도 달러 초강세 현상을 부추겼다. 특히 유로화는 20년 만에 1유로를 1달러로 교환할 수 있는 ‘패리티(parity·등가) 환율’ 수준으로 떨어졌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위기와 맞물린 유로존의 경기 침체 우려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하반기(7∼12월) 1유로 가치는 1달러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성장세 둔화는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은은 중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 전체 상품 수출 증가율은 0.34%포인트 정도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이 중국 성장 둔화의 직격탄을 맞는 셈이다.
○ “한은, 추가 빅스텝 이어질 수도”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1300원대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유럽의 에너지 위기와 신용 위험이 커지면 원-달러 환율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1300원 수준이 상당 시간 바닥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원-달러 환율 상승이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0.5% 상승하며 두 달 연속 올랐다. 하지만 환율 영향을 제거한 계약통화 기준 수입물가 상승률은 0.1%였다. 원-달러 월평균 환율이 5월 1269.88원에서 6월 1277.35원으로 한 달 새 0.6% 오르면서 수입물가가 0.4%포인트 더 오른 셈이다. 수입물가 상승분은 일정한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3일 빅스텝 결정 이후 올해 남아 있는 세 차례(8, 10,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할 것을 예고했다. 그러나 걷잡을 수 없이 오르는 물가와 환율은 한은을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몰고 갈 수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연준이 금리를 1%포인트 올린다면 한은이 최소 0.5%포인트는 따라 올려야 한다”며 “경기 침체 가능성은 그만큼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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