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유럽 휴가철 공항 덮친 ‘에어마겟돈’… 항공기 10편중 6편 지연

입력 | 2022-07-16 03:00:00

코로나 확산때 항공업계 인력 감축… 방역 완화뒤 급증 여행객 감당못해
일부선 임금인상 요구 파업 겹쳐… 결항-지연-수하물 분실 ‘대혼란’
히스로공항 “하루 10만명 인원제한”
에미레이트항공 “예정대로 운항”



기다리다 지쳐… 바닥에 누운 승객도 2일(현지 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탑승 수속을 기다리던 한 여성이 기다리다 지친 나머지 공항 바닥에 누워 있다. 최근 여름 휴가철을 맞아 관광객들이 급증하면서 항공편 결항과 지연이 속출하는 등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프랑크푸르트=AP 뉴시스


“안 그래도 공항이 혼잡해졌는데 항공사 직원들은 오히려 여름 휴가철을 이용해 파업을 하고 있어요.”

14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오를리 공항에서 탑승 수속을 기다리던 발레리 씨는 기자에게 이 같은 불만을 털어놨다. 항공사 직원들이 승객이 집중되는 여름 휴가철을 골라 ‘임금 인상 요구’ 파업을 하는 바람에 이용객 불편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날 공항 라운지에는 비행기를 기다리다 지친 여행객들이 드러누워 있거나 아예 잠을 자고 있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에어프랑스의 저가항공사 트랑사비아는 파업으로 4편 중 1편꼴로 결항했다.
○ 유럽 주요 공항들, 항공편 지연율 60% 웃돌아
올여름 휴가철 유럽의 주요 공항들이 결항과 지연, 수하물 분실로 대혼란을 겪는 ‘에어마겟돈’(에어포트+아마겟돈)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항공 수요가 급감해 공항과 항공사들은 인력을 감축했지만, 최근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각 공항은 인력 부족으로 사실상 마비되고 있다.

유럽 주요 공항에서는 항공기 결항과 지연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항공정보업체 ‘호퍼’에 따르면 이달 1∼10일 벨기에 브뤼셀 공항에서 지연된 항공편은 10편 중 7편꼴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공항, 영국 루턴 공항 등도 모두 지연 비율이 60%를 웃돌았다. 항공편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는 세계 공항에서 지연되는 항공편이 14∼17일 나흘 동안에만 2만 건을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프랑크푸르트 공항의 지난달 이용객이 전년 동기 대비 3배인 500만 명에 달해 수하물 연착 사고가 늘고 있다.
○ 공항은 “운항 줄여 달라” 항공사는 “거절”
공항 측은 밀려드는 여행객을 소화하지 못해 이용 인원 제한에 나섰다. 영국 히스로 공항은 9월 11일까지 하루 이륙 인원을 10만 명으로 제한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네덜란드 스히폴 공항도 보안 인력 부족을 이유로 연간 운항편을 44만 편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항공사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14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에미레이트항공은 성명을 통해 히스로 공항의 인원 제한 방침을 ‘에어마겟돈’이라고 규정하며 “요구를 거절한다”고 밝혔다. 항공편 운항을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FT는 “주요 항공사와 공항이 운항 여부에 이견을 보이는 건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올여름 유럽 등 전 세계 주요 지역 공항의 대혼란은 공항과 항공사에서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를 감안해 인원을 감축했는데 여행 수요가 폭증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여기에 최근 고물가가 겹치면서 관련 업계 직원들의 임금 인상 요구 파업까지 늘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공항 직원들 파업 탓에 탑승 수속이나 수하물 처리가 늦어지는 데다 항공사 직원까지 파업에 나서 항공사가 항공편을 갑자기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파리 샤를드골 공항 직원들은 이달 초 파업을 벌이다 14일 임금을 3% 인상하는 데 합의하며 파업을 종료했다고 프랑스 주간지 파리마치가 전했다. 스페인에선 라이언에어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파업한 데 이어, 12일간 추가 파업에 들어간다. 스칸디나비아항공은 이달 초 미국에서 조종사들의 파업으로 재정이 악화돼 파산보호신청 일정을 앞당겼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