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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2.25%로 0.5%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1999년 기준금리 도입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이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자이언트스텝(0.75%P 인상)으로 한미 금리 역전 가능성이 큰 가운데 역전 폭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서울 중구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2.25%로 0.5%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금통위는 “지금은 물가 상승세가 가속되지 않도록 0.5%P의 금리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선제 대응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3회 연속 금리를 올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준금리가 2.25%로 복귀한 것은 2014년 10월(2.25%) 이후 7년 8개월 만이다.
한은이 경기 침체 우려에도 빅스텝을 단행한 건 최근 물가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6.0%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6월 기대인플레이션도 3.9%로 한 달 만에 0.6%P가 올라 역대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아직 물가 정점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하루빨리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금통위는 추가적인 금리인상도 시사했다. 금통위는 “앞으로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향후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는 성장·물가 흐름,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를 포함한 해외경제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번 빅스텝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기준금리가 0.25%P 오르면 전체 연간 가계의 이자 부담이 3조2000억 원, 0.5%P 오르면 6조4000억 원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가구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으로 치면 각각 16만1000원, 32만2000원이 늘어나는 셈이다. 지난해 8월 이후 기준금리가 연 0.5%에서 연 2.25%로 1.75%P 인상된 것을 감안하면 1인당 연간 이자 증가액은 11개월 새 112만7000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5억 원 규모의 변동금리 주담대를 받은 경우 이번 금리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지난해 대비 월 73만 원 늘어난다. 특히 다중채무자,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과 최근 2년 사이 무리하게 대출을 늘렸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빚투(빚내서 투자)족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