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맞물려 은행으로 시중 유동자금이 빠르게 몰리고 있다. 전쟁 장기화로 주식과 코인 등 위험자산 가치가 떨어지고, 치솟는 물가에 금리가 오르면서 안전한 투자처로 수요가 쏠리는 모습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예적금 잔액은 14일 기준 734조250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6월말 기준 722조5602억원에서 빅스텝 전후로 보름 만에 11조6900억원 불어난 규모다.
이 기간 정기예금은 685조959억원에서 696조3048억원으로 11조2089억원 증가했다. 정기적금은 37조4643억원에서 37조9454억원으로 4811억원 늘었다.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은 6월말 기준 725조6808억원으로 전달보다 6조원 넘게 증가했다.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으로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2금융권의 수신 잔액은 5월말 기준 약 909조원 규모로 나타났다. 전달보다 11조원, 지난해 말 대비로는 53조원 늘어난 액수다.
반면 증시 자금은 급격히 빠지고 있다. 투자자 예탁금은 13일 현재 55조7944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1조5705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말 대비로는 11조7363억원 급감한 규모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역머니무브’ 현상이 한은의 빅스텝 이후 더 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이 심화하면서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를 잇달아 큰 폭으로 올리는 상황이다.
한은 역시 초유의 빅스텝에 이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할 방침이다. 연말 기준금리는 2.75~3% 수준을 제시했다. 위험자산 회피로 증시와 코인시장이 상승 동력을 잃은 사이, 치솟는 물가에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되면서 은행으로 몰리는 시중의 유동자금은 점차 쌓여가는 상황이다.
시중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높은 이자를 주는 곳으로 투자가 몰리는 ‘오픈런’이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 고금리 특판 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아침부터 영업점에 긴 줄이 늘어서고, 선착순에 들기 위해 연차를 냈다는 사연도 전해진다. 신한카드는 최근 우체국과 손잡고 최고 연 9.2% 이자를 주는 적금을 출시해 고객이 몰리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전쟁 장기화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안전한 투자처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금융사별로는 보다 매력적인 금리를 제공해 고객을 유입시키려는 경쟁이 가속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