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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이준석 체제’ 구상 다른 윤핵관들… 권성동 치고 나가

입력 | 2022-07-16 10:55:00

[이종훈의 政說] 직무대행 체제 중단 시기가 변수… 지지율 반전엔 의문



6월 16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다. [동아DB]


“결론을 빨리 내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내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7월 5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이준석 대표 징계 심의와 관련해 내놓은 발언이다.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는 와중이었다. 혐의 사실 관련 보도도 이어지고 있어 국민의 상식적 판단이 가능한 시점에 도달하기 직전이었다.


국민의힘, 민주당에 데드크로스
신호가 잘못 전달된 것일까. 아니면 이 문제에서 빨리 해방되고 싶어서였을까. 국민의힘 이양희 중앙윤리위원장은 이 대표로부터 최후 진술을 들은 직후인 7월 8일 새벽 2시 45분, 이 대표에 대해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 후폭풍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2030세대의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 철회가 이미 시작됐다.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가 데드크로스를 기록한 가운데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마저 데드크로스를 찍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7월 4일부터 닷새간 전국 성인 남녀 25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40.9%,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정당 지지율은 41.8%로 나타났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0%p.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5주 전 같은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49.8%를 기록했다. 급속도로 하락한 것은 물론, 3월 5주 차 조사 이후 14주 만에 민주당에 따라잡혔다.

위기감을 느껴야 할 때지만 국민의힘 내 권력 투쟁은 가열되는 양상이다. 투쟁 양상은 두 단계로 진행 중이다. 첫째는 이 대표의 당권을 박탈하는 과정이고, 둘째는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가운데 한 명이 당권을 차지하는 과정이다. 국민의힘 의원총회는 7월 11일 권성동 원내대표의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추인했다. 일단 이 대표의 당권을 잠정적으로 박탈하는 데는 성공한 것이다. 물론 완전히 박탈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대표가 사퇴하지 않고 버티고 있어 6개월 후 복귀할 가능성이 남은 까닭이다.

이 지점까지는 윤핵관 내에서 큰 이견이 없었을지 모른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크게 두 가지 선택지가 놓여 있다. 하나는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최장 6개월간 유지하는 방안이다. 이 대표가 불참하고 권 원내대표가 주도한 최고위원회는 이 대표의 당원권 정지 상황을 대표 ‘궐위’가 아닌, ‘사고’로 유권 해석했다. 당헌 제29조의 2는 이 경우 원내대표, 최고위원 중 최고위원 선거 득표순으로 직무를 대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 직무대행 체제가 세워진 근거다. 이 상태에서 이 대표가 갑자기 사퇴한다면 조건이 사고에서 궐위로 바뀐다. 그 시점이 잔여 임기가 6개월 이상 남은 때일 경우 국민의힘은 궐위된 날로부터 60일 이내 임시전당대회를 개최해 당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이 대표가 사퇴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스스로 정치적 결단을 내리는 경우다. 다음은 경찰 수사 결과 기소 의견으로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거나 검찰 조사 결과 기소가 이뤄져 불가피하게 그만두는 경우다. 그 시점이 임기를 6개월 남긴 12월 13일 이전이면 국민의힘은 임시전당대회를 개최해 잔여 임기를 수행할 당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시점이 앞당겨질수록 조기 전당대회로서 의미는 커질 것이다. 김기현 의원과 장제원 의원은 조기 전당대회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윤핵관인 권 원내대표와 생각이 다른 셈이다.


尹 대통령, 권성동 원내대표와 만찬
권 원내대표는 직무대행 체제를 끝까지 끌고 가 이 대표의 잔여 임기가 6개월 이내가 되는 시점에 전당대회를 개최하고, 이때 본인도 도전해 당대표가 되는 그림을 그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김 의원 역시 차기 당대표 자리를 노릴 것으로 보이는데, 잔여 임기만 하는 당대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 뒤 입각 등 다른 정치적 행보를 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장 의원은 잔여 임기만 수행할 당대표로 안철수 의원을 고려할 개연성이 크다. 대선후보 단일화 당시 약속을 그런 식으로 지키고, 이후 윤핵관이 당대표를 꿰차도 늦지 않다고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조기 전당대회로 가려면 이 대표가 가능한 한 빨리 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잔여 임기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 단계에서 이것이 가능하려면 윤핵관은 이 대표를 상대로 완전한 항복을 압박하는 또 다른 공세를 펼치거나 빅딜을 시도해야 한다. 장 의원이 그래서 이번 중징계 결정을 ‘궐위’로 규정짓고 아예 조기 전당대회로 넘어가는 방안을 선호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후환을 남기지 않고 이 대표와 이번 기회에 완전히 결별하는 것이 좋다는 판단도 했을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총회가 권 원내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추인한 전날인 7월 10일, 윤 대통령은 권 원내대표와 만찬을 가졌다. 해당 자리에서 권 원내대표가 이번 사안이 사고이고 직무대행 체제로 가야 한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는 이 회동으로 자신의 그림을 관철할 수 있는 확고한 지지를 획득했다. 윤핵관 중 최고는 자신이라는 점도 다시 부각했다.

권 원내대표는 차기 전당대회에서 무난하게 대표 자리에 오를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그 과정은 순조로울까. 의문은 계속 생긴다. 나머지 윤핵관들과 이해관계가 갈려 또 다른 갈등이 유발될 가능성은 없을까. 경찰 수사는 권 원내대표가 의도한 방향대로 진행될까. 이 대표는 권 원내대표가 희망하는 방향으로 움직일까. 무엇보다 이 과정은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에 보탬이 될까.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48호에 실렸습니다]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