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찬반 오차범위 내 접전…“꼰대정당 회귀” “대안 없이 찍어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동아DB
국민의힘 당원 한 모 씨가 7월 11일 국민의힘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이곳에서는 이 대표 문제로 열변을 토하는 국민의힘 당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7월 8일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이 대표에게 당원권 6개월 정지 처분을 내리면서 관련 주제가 최대 관심사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노년당원과 청년당원 간 세대 갈등 조짐까지 감지된다. “이 대표는 국민으로부터 명분과 신뢰를 잃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 이내 “이 대표를 버리면 국민의힘은 꼰대 소리 듣는다”는 반론이 잇따른다. 2030세대의 표심을 견인할 대안적 인물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지적된다. 한 40대 국민의힘 당원은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이 대표를 찍어내면 2년 뒤 총선에서 ‘폭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체제’ 돌입
‘포스트 이준석 체제’가 본격화되는 와중에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던 집권 여당이 ‘도로 꼰대정당’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필두로 기성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지난해 전당대회 때부터 이어진 변화의 바람이 잦아드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준석 열풍’이 한창이던 지난해 5월 말부터 9월 말까지 40대 이하 신규 입당자는 11만7959명으로 국민의힘 입당자의 44.4%를 차지했다. 직전 4개월 대비 7.7배 증가한 수치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 징계로 이러한 흐름이 꺾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586 용퇴론 등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꾸준히 주장해온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동학 전 최고위원은 7월 13일 ‘주간동아’와 통화에서 “청년 정치는 모든 세대, 즉 ‘노장청’이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하는데 이 대표는 본인 부각에만 집중해 동료 정치인들에게 모멸감을 줬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준석 개인의 개인기로 (당내) 변화를 이끌어낸 측면은 있다”면서 “이것이 윤핵관 등 당내 주류의 변화로까지 이어지지 않은 만큼 용두사미가 돼버렸다”고 진단했다.
여론은 팽팽히 갈린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7월 9일부터 사흘간 전국 성인 남녀 10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성상납 논란에 휩싸인 이 대표를 징계한 것에 대한 긍정 평가가 47.5%로 부정 평가(42.5%)와 오차범위 내에서 다퉜다(그래프 참조).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자 모두 ‘징계를 잘했다’는 반응이 높은 것으로 조사돼 이 대표에 대한 반감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李, 호남 방문하며 시위
다만 이 대표의 주요 지지 기반인 30대에서는 ‘징계가 잘못됐다’는 응답자가 48.4%로 긍정 평가(41.6%)를 앞질렀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7월 4일부터 닷새간 전국 성인 남녀 25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에서도 20대 지지층의 하락폭이 12.9%p로 모든 세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 대표는 지난해 당대표 취임 후 ‘서진 정책’을 꾸준히 추진했다. 대선을 앞둔 2월 1일 무등산에서 호남 득표율을 20% 이상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행보에 힘입어 윤 대통령은 20대 대선 당시 호남에서 11~14% 득표율을 받으며 ‘보수 정당 역사상 호남지역 최고 득표율’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6·1 지방선거에서도 호남지역 득표율을 15~18%로 끌어올리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위기 국면이 이어지면 돌파구 모색을 위해 새로운 친윤(친윤석열) 그룹이 대두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윤 대통령은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식물 여당’이 되는 것을 피하려 할 것이다. 새로운 리더십을 형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이어 “이준석과 윤핵관이라는 기존 대결 구도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신(新)윤핵관을 형성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48호에 실렸습니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