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초등학생을 물어 크게 다치게 한 개의 안락사가 잠정 중단됐다. 사고를 일으킨 개가 안락사를 시킬 만큼 위험한지 판단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울산 울주경찰서는 15일 울산시 울주군 한 아파트 단지 안에서 A 군(8)을 물어 목과 팔을 크게 다치게 한 사고견의 폐기(살)처분 지휘를 검찰에 요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금까지 수사된 내용만으로는 위험 발생 염려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이를 부결했다.
현행법은 동물을 물건으로 규정해 압류 등 강제집행 대상으로 본다. 하지만 검찰은 압수물(개)이 사람을 물어 상해를 야기한 사고견이라고 해도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재산에 위해를 줄 수 있는 물건으로서 보관 자체가 대단히 위험한 물건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간접자료가 필요하다고 판단, 이를 확보해 압수물 폐기 여부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해당 개는 11일 오후 1시 20분경 울주군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하교를 하던 A 군에게 달려들어 공격했다. 다행히 이 장면을 목격한 택배기사가 짐을 싣는 손수레를 끌고 와 개를 쫓아냈고 신고를 받은 119 구조대는 A 군을 병원으로 옮겼다. 개는 포획돼 유기견보호센터에 인계됐다.
견주는 사고가 난 아파트 근처에 거주하는 70대로, 현재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디. 이 개는 사고 당일 새벽에 스스로 목줄을 풀고 달아난 것으로 파악됐다.
A 군 측이 공개한 사고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A 군은 개한테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개는 A 군을 놓아주지 않았다.
A 군을 구해준 택배기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애가 완전히 대자로 뻗어서 온몸에 피가 흐르는데 시커먼 개가 애 몸을 물고 막 흔들고 있더라”라며 “개가 물어뜯는 게 아니고 진짜 잡아먹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A 군 측은 “저도 강아지를 키우는 집사다. 본인이 책임질 수 없다면 반려견을 키우지 말아달라”며 “본인의 무책임으로 한 가족이 받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외출 시에 목줄, 입마개(대형견, 도사견 등)는 꼭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검찰의 수사 지휘로 사고견 살처분 절차가 중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와 관련해 여론은 검찰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CCTV만 봐도 아이가 위험했다는 걸 충분히 알 수 있는데 무슨 증거를 더 가지고 오라는 건지 이해를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