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에서 판매 중인 체리자두. 홈플러스 제공
평소 식재료에 관심이 많은 회사원 김모 씨(29)는 블로그를 보다가 우연히 체리자두라는 과일을 알게 됐다. 체리와 자두를 섞어 놓은 듯한 생김새가 신기해 바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한 상자를 구매했다. 김 씨는 “제한된 기간에만 먹을 수 있는 아이템이어서 서둘러 샀다”며 “달고 맛있어서 앞으로 다른 이색 과일들도 사먹어볼 계획”이라고 했다.
● 7월 체리자두·썸머킹 사과 출시
김 씨처럼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이색 과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서도 농가와 직접 계약을 맺고 여름철 한정 판매에 나서고 있다.
홈플러스 모델들이 '썸머킹 사과'를 들어보이고 있다.홈플러스 제공
홈플러스는 여름에만 맛볼 수 있는 국산 품종 사과인 ‘썸머킹 사과’와 희귀품종인 ‘체리자두’를 14일부터 판매 중이다. 보통 여름 사과는 일본 품종 ‘쓰가루 사과’가 ‘아오리’라는 이름으로 7월부터 덜 익은 상태로 유통된다. 반면 7월 중순부터 출하되는 국산 품종 ‘썸머킹 사과’는 과실이 푸를 때 수확해 그 상태로 즐길 수 있으며, 식감이 우수하고 과즙이 풍부하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당도 11~14브릭스, 산도 0.4~0.7%로 당도와 산도의 비율이 좋아 새콤한 맛도 즐길 수 있다.
홈플러스는 또 경기 안성시와 경남 거창군의 국내 농가와 40t 규모 사전계약을 맺고 체리자두를 선보이고 있다. 호주에서 처음 개발된 체리자두는 체리와 자두를 교접해 만든 과일로 육질은 자두와 비슷하고, 맛은 체리에 가깝다. 2014년부터 국내에 유통되기 시작해 연간 약 40~50t 정도 물량만 생산되고 있다. 매년 7월에 수확돼 1년에 약 3~4주 동안만 즐길 수 있다. 당도가 약 15~20브릭스 수준으로 일반 자두보다 30~50% 가량 더 높은 것이 특징이다.
롯데마트에서 판매 중인 설향멜론은 국산 신품종으로 과육이 참외와 비슷한 타원형 멜론이다. 당도가 약 15~17브릭스 수준으로, 후숙 전후로 맛이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올해 들어서만 매출이 40% 증가했다. AK플라자 분당점 등에서 판매 중인 홍망고도 식감이 우수하고 당도가 높아 선물용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애플망고의 일종인 홍망고는 국내 환경에 적합하도록 개선된 품종으로, 전남 영광군 소재 농가에서 공수하고 있다.
● SNS서 화제 모으며 ‘완판’ 행진
이마트는 지난달부터 이달 중순까지 ‘신비복숭아’와 ‘그린황도 복숭아’를 준비해 완판(완전 판매)에 성공했다. 두 복숭아 모두 까다로운 재배법으로 물량이 많지 않아 한정판 과일에 속한다.
이마트에서 지난달 중순부터 판매한 신비복숭아는 희귀품종으로 입소문을 타며 완판에 성공했다. 이마트 제공
신비복숭아는 겉은 천도복송아처럼 빨갛고 속은 말랑말랑하다. 천도복숭아 생산량 중 단 1%를 차지하는 희귀품종으로 알려져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그린황도 복숭아도 8~9월에나 맛볼 수 있었던 황도를 6월에 접할 수 있도록 기획한 신품종으로, 풍부한 과즙과 진한 맛으로 사랑을 받았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대비 20% 늘어난 물량을 준비했음에도 조기에 완판됐다”고 했다.
롯데백화점 등에서 선보인 ‘애플 수박’ 역시 MZ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애플수박은 수박을 사과처럼 깎아 먹는 신품종으로, 일반 수박과 달리 공중에 매달아 재배해 강수량과 관계없이 당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기존 수박보다 크기가 약 4분의 1에 불과해 1~2인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와 잘 맞았다는 평가다. 롯데백화점 강남점에서 이달 판매한 ‘거반도 도넛 복숭아’도 향이 진하고 과즙이 풍부해 모두 팔렸다.
유통업계에서는 이색 과일 열풍의 기반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한 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 이색 과일 시식 인증샷을 게시하는 경우가 많아지며 한정판 과일이 ‘힙한 소비’의 양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일반 바나나에 비해 당도가 월등히 높은 ‘로즈바나나(Rose Banana)나 사과처럼 상큼한 맛의 바나나인 ’바나플(Banaple)도 여성 고객들을 중심으로 간식용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젊은 고객일수록 더 달콤하고 맛있는 과일을 찾는 경향이 있다”며 “이색 과일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 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