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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절에도 국회는 없었다…“野 독선에 막혀” vs “與 시간끌기”

입력 | 2022-07-17 21:56:00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왼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회동에서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진표 국회의장. 2022.7.12 사진공동취재단


“(국회) 본회의 날짜는 기입을 해놨는데, 본회의를 여는 열쇠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17일 제헌절 경축식에 앞서 열린 주요 인사 환담에서 여야 원내대표를 향해 이 같이 말했다. 대정부질문, 교섭단체 대표연설 등 본회의 일정이 원 구성 협상을 둘러싼 여야 이견으로 확정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꼬집은 것.

5부 요인, 여야 지도부, 전직 국회의장 등이 모인 환담 자리에서 김 의장은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에게 “다른 (전직) 의장들이 계실 때 약속하고, 오늘 중에는 (협상을) 마무리 짓자”고 당부했다. 그러나 여야가 이날도 합의에 실패하면서 74주년 제헌절은 국회 공전 속에 지나갔다.

● 김진표 “과방위에서 방송 떼자” 중재안 제시

당초 여야 협상의 최대 쟁점으로 꼽혔던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구성은 ‘여야 동수로 구성하고 위원장을 민주당이 맡는다’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하지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가 마지막 쟁점으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과방위와 행안위 모두 절대 내줄 수 없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경축식 후 기자들과 만나 “행안위와 과방위를 민주당이 맡는다는 것은 야당으로서, 국회의 입법부로서 당연히 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라고 했다. 논란이 됐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에 양보한 만큼 각각 방송, 경찰을 다루는 과방위와 행안위는 야당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국민의힘 역시 “민주당이 과방위, 행안위 중 하나만 맡아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 행안위와 과방위 중 하나를 선택하면 남는 한 개를 선택하겠다는 것이지 우리가 과방위를 차지하겠다고 한 것이 아니다”며 “민주당 사람이 방송통신위원장을 차지하고 있는데 어떻게 우리가 방송 장악을 할 수 있겠나”고 강조했다.

여야가 물러서지 않으면서 김 의장이 결국 중재안을 내놨다. 여야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의장은 “과방위의 소관을 조정해 과학기술 분야만 남기고 방송 관련은 다른 상임위에서 다루도록 하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과학기술 분야만 다루는 과방위를 여당이, 방송을 다루는 상임위를 야당이 맡는 식이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과방위 사수 이유로 제시하자 타협안을 낸 것.

이에 따라 여야는 의장 중재안을 포함한 과방위, 행안위 문제를 최종 고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과방위와 관련한 의장 구상에 대해서는 원내대표가 원내 지도부와 상의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했고, 박 원내대표는 “여당에서 관련 검토를 해서 제안이 오면 언제든지 만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 대정부 질문도 지연되나

당초 김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에게 ‘19일 상임위원장 선출, 20~21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 22~26일 대정부 질문’이라는 국회 일정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공전이 장기화 되는 상황을 더는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야는 이날도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지 않은 채 ‘네 탓’ 공방만 이어갔다. 국민의힘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의 멈출 줄 모르는 독선에 가로막혀 국회는 원 구성을 못한 채 제헌절을 맞이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 원내대표는 “각 상임위가 열리면 업무 보고를 받고, 거기에 대해서 (윤석열 정부를 향한) 국회의 질책이 예상되니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기 위한 속셈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을 성토했다.



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