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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킹-이송로봇 덕에… 물류직원, 상품 찾아서 출고까지 이동 ‘0’

입력 | 2022-07-18 03:00:00

CJ대한통운 스마트풀필먼트센터




고객 주문 데이터를 물류센터에서 접수한다. 센터 창고에서 물건을 찾아 적당한 크기의 상자에 담는다. 포장을 하고 검수까지 마친다. 마지막으로 상품을 출고한다.

여기서 퀴즈. 이 모든 과정을 진행한 직원의 이동 거리는 몇 m일까. 정답은 거의 ‘제로(0)’다. 꿈같은 일이 아닐까 싶지만 스마트 물류센터의 실제 모습이다.

13일 CJ대한통운 군포 풀필먼트센터 직원이 ‘피킹 AGV’가 이동시켜 온 선반에서 주문을 받은 상품을 꺼내 택배 상자에 담은 뒤 자신의 오른편에 있는 선반에 올리고 있다(위쪽 사진). 그러면 이송 AGV가 택배 상자가 놓인 선반을 자동으로 검수 및 포장을 하는 라인으로 옮긴다. CJ대한통운 제공

13일 오전 10시 경기 군포시에 위치한 CJ대한통운 스마트 풀필먼트센터. 한 직원이 작업대 앞에 선 채로 터치스크린을 몇 차례 눌렀다. 어디선가 가로 122cm, 세로 102cm, 높이 278cm의 선반이 그 직원의 왼쪽 편으로 이동해 왔다. 이 선반을 움직인 것은 아래의 무인운송로봇(AGV)이다. 특히 포장 전 물건들로 채워진 선반을 이동시키는 것을 ‘피킹 AGV’라 부른다. 선반에 있는 10여 개의 수납공간에는 영양제, 마스크, 위생용품 등이 가득했다. 직원 앞 스크린엔 어느 위치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가 표시됐다. 주문이 접수된 상품을 골라 적정 크기의 택배 상자에 물건을 담는다. 상자 또한 주문 상품의 크기와 무게 등에 따라 미리 정해진 크기를 선택하면 된다.

직원이 상품이 담긴 상자를 오른편의 선반에 올려놓자 이번엔 그 선반이 또 알아서 움직인다. 출하될 상자가 놓인 선반을 움직이는 ‘이송 AGV’가 아래에 있어서다. 청소 로봇과 닮은 이 AGV는 가로 109cm, 세로 80cm, 높이 27cm의 둥근 원반 모양으로 최대 1t 무게의 선반을 들고 물류센터 내를 활보한다.

알아서 이동한 택배 상자는 검수 및 포장을 거친다. 내용물이 맞는지 검수하는 작업도 사람이 아닌 기계가 한다. 물건 손상을 막기 위해 완충제를 넣는 작업 역시 포장 로봇의 몫이다. 상품이 담겨 있는 상자 내부 공간을 자동 계산해서, 종이 재질의 완충재를 알맞은 크기로 잘라 넣는다. 상자를 테이프로 밀봉하고 이를 택배 차량으로 보내는 작업까지 사람의 손을 탈 일이 없다.

군포 스마트 풀필먼트센터에는 피킹 AGV 101대, 이송 AGV 25대가 있다. 여기에 친환경 완충포장 로봇, 자동 라벨링 및 포장 기계 등을 갖췄다. 피킹 AGV에 물건을 미리 넣어두는 일 정도만 사람의 역할일 뿐, 대부분 공정이 자동으로 돌아간다.

기존 물류센터 작업 방식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기존에는 고객 주문이 들어오면 작업자가 물류 창고를 뒤져 직접 상품을 가져왔다. 그러나 스마트 풀필먼트센터에서는 로봇이 작업자에게 상품과 상자를 가져다준다. 오류가 줄어들고 속도가 빨라져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다. 현재 시간당 1인 작업량은 23.8박스로, 시간당 15박스 정도를 처리하던 기존 시스템 대비 생산성이 59%나 향상됐다. 공정마다 자동화 기술을 적용해 불필요한 작업 동선을 없앤 결과다.

작업 생산성 증대는 배송 시간도 단축시킨다. CJ대한통운은 0∼24시 주문 시 익일 배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군포 풀필먼트센터의 일부 상품은 오전 10시 이전에 주문할 경우 당일 배송이 가능하다.

조주형 CJ대한통운 군포 풀필먼트센터장은 “자동화 로봇 하나를 도입한다고 끝이 아니다”라며 “기계나 로봇 등을 자체 물류 프로세스에 맞춰서 최적화된 시스템으로 만들어 내는 노하우가 기업 생존을 위한 핵심”이라고 말했다.



군포=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