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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 8개대회 상금 3379억원… “PGA선수를 빼내라”[인사이드&인사이트]

입력 | 2022-07-18 03:00:00

돈잔치 벌어지는 세계 골프



‘LIV 파’ 더스틴 존슨. AP뉴시스

강홍구 스포츠부 기자


《미국프로골프(PGA)가 주도해온 세계 골프 판도에 균열이 일고 있다.

지난달 출범한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LIV)’가 PGA투어를 능가하는 막대한 상금과 계약금 등을 앞세워 선수들을 계속 빼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의 오일머니를 등에 업은 LIV의 이 같은 공세에 PGA 측은 몇몇 투어 대회의 상금 증액을 서둘러 발표하는 등 출혈 경쟁도 피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25년 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7)가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에서 흑인 최초이자 역대 최연소 우승으로 슈퍼스타 탄생을 알린 이후 그의 상품 가치가 치솟으면서 대회 중계권료 등과 함께 덩달아 크게 올랐던 각종 대회 상금이 PGA투어와 LIV의 경쟁으로 다시 한번 ‘메가 점프’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해외 매체들은 PGA투어와 LIV 간의 이런 경쟁과 갈등 상황을 두고 ‘골프 전쟁’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예의 주시하고 있다. 》


○ LIV 도발 여파로 메이저 대회 상금 모두 올라


지난달 첫 대회를 열고 출범한 LIV는 10월까지 모두 8차례의 대회를 치르는데 총상금이 2억5500만 달러(약 3379억 원)에 이른다. PGA투어의 한 시즌 전체 상금은 이보다 많은 4억2180만 달러(약 5589억 원)이지만 개최하는 대회 수가 LIV의 6배가량인 47개다. 대회를 6배 정도 더 많이 치르는데 전체 상금은 LIV의 두 배가 채 안 된다.

LIV는 지난달 영국 런던 근교 세인트올번스 센추리온클럽에서 열린 개막전을 시작으로 10월 사우디아라비아 지다에서 개최되는 7차 대회까지는 각각 2500만 달러(약 331억 원)의 총상금이 걸려 있다. 올 시즌 PGA투어에서 상금이 제일 많이 걸린 대회인 플레이어스 챔피언십(2000만 달러)보다 더 많다.

LIV는 1∼7차까지 각 대회마다 개인전에 총 2000만 달러, 개인전 성적을 토대로 점수를 매기는 보너스 성격의 단체전엔 총 500만 달러의 상금을 걸었다. 컷 탈락이 없다 보니 꼴찌를 해도 최소 12만 달러를 손에 쥔다. 개인전 없이 팀 챔피언십으로 치러지는 최종 8차 대회엔 5000만 달러의 총상금이 걸려 있다. 1∼7차 대회 개인전 상위 3명에겐 총 3000만 달러를 나눠준다. LIV 측은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3년간 20억 달러(약 2조6500억 원) 정도의 손실은 감수하기로 이미 마음을 먹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세계 골프계를 쥐고 흔들어온 PGA투어의 아성에 도전장을 던진 상황에서 이 정도 손해는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PGA도 LIV의 공세에 맞서 ‘우리도 상금을 올리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제이 모너핸 PGA투어 커미셔너(52)는 지난달 기존에 있던 8개 대회의 총상금 규모를 각각 2000만 달러 이상으로 늘리고, 총상금 2500만 달러 이상의 특급 규모 대회 3개를 새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증액되는 상금은 투어가 쌓아놓은 유보금이나 타이틀 스폰서들이 대는 돈으로 충당하겠다고 한다. 막대한 돈을 뿌려대며 선수들을 계속 빼내 가는 LIV의 도발에 그냥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PGA투어 메이저 대회들이 올 시즌 들어 약속이나 한 듯 상금 규모를 늘린 것도 LIV의 등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18일 막을 내린 제150회 디 오픈 챔피언십(브리티시 오픈)의 총상금은 1400만 달러인데 직전 대회보다 250만 달러가 늘었다. 마스터스와 PGA 챔피언십, US오픈 등 나머지 메이저 대회들도 올해 들어 총상금 규모를 250만∼500만 달러 높였다. 500만 달러를 늘린 US오픈의 총상금은 1750만 달러가 됐지만 LIV 대회의 2500만 달러에 비하면 여전히 차이가 크다. 상금을 대폭 늘리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PGA투어 측이 LIV에 합류하는 선수들을 향해 배신자라는 말까지 섞어 가며 비난하는 이유도 ‘돈 대 돈’으로 맞붙어선 LIV를 물리치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지난달 개막전을 통해 실체가 공개된 LIV는 기존 상금뿐 아니라 여러 면에서 PGA투어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로마자로 54를 뜻하는 LIV는 기존의 상식을 깨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LIV는 PGA투어의 4라운드 72홀 방식이 아닌 컷 탈락 없는 3라운드 54홀 경기 방식을 택했다. 남자 골프에선 공식처럼 굳어진 ‘4라운드 72홀’을 피해 PGA와는 다른 새로운 ‘골프 장르’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모든 선수가 각 홀로 흩어져 동시에 티오프를 하는 샷건 방식도 기존 투어 대회에선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이 밖에 단체전에 필요한 팀을 나누기 위해 드래프트 파티를 실시하기도 한다.

○ 골프 상금, 1997년 우즈의 마스터스 우승 계기로 크게 늘어

‘PGA 파’ 타이거 우즈. AP뉴시스

골프에서 상금 규모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우즈다. 특히 1997년 마스터스에서 우즈가 흑인 최초이자 역대 최연소(21세 3개월 14일)로 자신의 첫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쥔 이후로 대회 상금이 많이 늘기 시작했다. 실제로 1995년 39만6000달러(약 5억2000만 원)였던 마스터스 우승 상금은 5년 만인 2000년에 82만8000달러(약 11억 원)로 2배 이상으로 많아졌다.

PGA투어에 따르면 투어 선수들의 평균 상금 역시 1995년 17만5211달러(약 2억3000만 원)에서 2000년 60만9994달러(약 8억1000만 원)로 급증했다. 1년에 100만 달러 이상의 상금을 벌어들인 선수도 같은 기간 9명에서 45명으로 5배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1960, 70년대 주로 활약했던 ‘황금곰’ 잭 니클라우스(82·미국)는 투어 역사상 세 번째로 많은 73차례 우승을 차지하고도 통산 상금 랭킹에선 537만4031달러로 337위에 그치고 있다.

우즈가 등장한 1990년대는 TV 중계권료 등의 영향으로 모든 프로 스포츠가 성장하던 시기다. 그중에서도 특히 골프의 팽창은 두드러졌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1997∼2001년 선수들의 연봉이나 상금 연평균 증가율은 PGA투어가 30%로 미국프로야구(MLB)의 17.5%, 미국프로농구(NBA) 23%,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12.3%보다 상승폭이 크다.

국내 투어의 경우 여자 1부 투어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올해 처음으로 시즌 총상금이 300억 원을 넘었다(305억 원). 남자 1부 투어인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역시 아직 2개 대회 상금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총상금이 처음으로 200억 원을 넘어섰다. KLPGA투어에서는 2개, 코리안투어에서는 5개 대회가 신설됐다.


강홍구 스포츠부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