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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이대론 못 보낸다

입력 | 2022-07-18 03:00:00

‘마지막 시즌’ 은퇴 투어 앞두고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 우승 차지
개인통산 3번째로 변함없는 기량… 전반기 타율, 이정후 누르고 1위
양준혁 “2, 3년은 더 뛸 수 있어”



이대호(위)가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끝난 뒤 동료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고 있다. 이번 올스타전은 이대호의 개인 통산 10번째이자 마지막 올스타전이었다. 이대호는 전날 열린 홈런 레이스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뉴시스


“이런 선수가 은퇴를 한다고요?”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에서 외야 담장 밖으로 공을 연신 넘기는 롯데 이대호(40)를 보며 양준혁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이대호가 지난해 이미 은퇴를 예고했다는 걸 모르지 않는 양 위원이지만 “은퇴하기 너무 아깝다”는 이야기를 반복하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말린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대호처럼 정상에 있을 때 그만두는 것도 아주 좋은 그림이에요. 그런데 너무 아쉬우니까. 제가 봐도 2, 3년은 더 할 수 있을 것 같아 자꾸 표현을 하게 되네요.”

이대호는 이날 7아웃 5홈런으로 2009년, 2018년에 이어 개인 통산 세 번째 홈런 레이스 우승을 거머쥐었다. 양 위원을 비롯해 박재홍, 김태균도 홈런 레이스에서 세 차례 우승했지만 은퇴 시즌에 정상에 오른 건 이대호가 처음이다. “홈런 레이스 우승이라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홈런을 쳐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안타 치는 거랑은 또 달라요. 압박감, 긴장감이 엄청 많았을 텐데 그만큼 이대호 선수가 큰 선수라는 거죠. 많은 스타 중에서도 슈퍼스타인 이유입니다.”

이대호는 슈퍼스타 가운데서도 특이하다. 은퇴 시즌에도 눈에 띌 만한 노쇠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전체 타율 1위(0.341)로 전반기를 마쳤다. 외국인 선수 피터스(13개)를 제외하면 이대호보다 홈런을 많이 친 롯데 타자도 없다. 한동희만이 이대호와 똑같이 홈런 11개를 쳤을 뿐이다.

하지만 이대호는 은퇴 번복은 없다고 수차례 못 박았다. 16일 올스타전 5회가 끝나고 열린 은퇴 투어 행사에서도 이대호는 자신을 상징하는 10번 위에 ‘덕분에 감사했습니다’라고 ‘과거형’으로 쓴 유니폼을 입고 나왔다. “마지막 올스타전이라 울컥한다”던 그는 결국 아내 신혜정 씨의 감사 인사에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를 보내야만 하는 팬들도 눈물을 쏟았다.

아쉬움이 남지 않는 건 아니다. 이대호는 자신의 전반기 성적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팀이 6위니까 40점”이라고 잘라 말했다. 은퇴 결심만큼이나 얼마 남지 않은 야구 인생을 롯데의 ‘가을 야구’ 진출에 바치기로 한 결심도 굳건하다. 이대호는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후배들에게 내 자리를 물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왕이면 팀이 잘됐을 때 플레이오프나 한국시리즈에서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전반기까지 통산 1912경기에 출전했지만 아직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아본 적은 없다. 그 대신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시절인 2015년 일본시리즈에서 홈런포 3개를 쏘아 올리며 외국인으로는 1996년 트로이 닐(당시 오릭스) 이후 19년 만에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적이 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