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소재문화재재단, 해외대학 협업 해외소재 문화재 반출경로 추적 일부 문화재 반환 뼈대 될 수도
1884년 미국 선교사 호러스 알렌이 고종에게 하사받아 스미스소니언박물관에 기증한 ‘화조자수 10폭 병풍’ 중 일부(왼쪽 사진). 영국박물관은 조선 왕실이 1912년 한국을 방문한 영국의 스탠리 스미스 목사에게 선물한 ‘백자태호’(오른쪽 사진)를 소장하고 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영국박물관 제공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화조자수 10폭 병풍’. 조선 왕실 궁녀들이 정성으로 수놓은 이 병풍은 어쩌다 이역만리로 건너갔을까. 한반도의 고단한 역사 탓에 짐짓 약탈문화재를 떠올리기 쉽지만 여기엔 아름다운 사연이 한 땀 한 땀 배어 있다.
호러스 알렌(1858∼1932)은 1882년 조미수호조약 이후 조선을 방문한 미국인 의사이자 선교사. 그는 1884년 갑신정변 때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민영익(1860∼1914)을 치료해 목숨을 구했다. 고종은 명성왕후의 조카인 민영익을 살려준 알렌에게 감사하는 뜻에서 이 병풍을 하사했다.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의 여정을 추적하는 대대적인 연구에 나선다. 재단 실태조사부는 “미 다트머스대,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학대학(SOAS)과 협업해 영국박물관과 스미스소니언박물관, 보스턴미술관 등이 소장한 한국 문화재에 대한 출처 연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2012년 설립돼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재단이 그간 국외 문화재 현황 파악 등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해왔다면, 이번 출처 연구는 본격적으로 문화재가 흘러간 역사를 짚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버전인 셈이다.
출처연구는 문화교류사 파악은 물론이고 향후 일부 문화재를 반환 받을 수 있는 뼈대가 되어줄 수도 있다. 독일분실미술품재단은 2008년부터 10년에 걸쳐 나치 독재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유대인 소유주에게 약탈한 문화재 1200여 점에 대한 출처 연구를 진행했다. 약 10%의 출처를 명확히 밝혀내는 성과를 거뒀으며, 33점은 나치 약탈을 법적으로 입증해 원소유주에게 돌려주는 협상도 진행하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일단 개항기와 대한제국 시기에 넘어간 문화재가 대상이나, 향후에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시기로 연구 영역을 확장해 나가겠다”며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의 반출 경로를 데이터베이스(DB)로도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