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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추락사’ 가해자, 휴대전화 현장에 놓고가…“자수 아냐”

입력 | 2022-07-18 11:33:00

인하대 캠퍼스 안에서 동급생을 성폭행하다 추락해 숨지게 한 20대 남성 A 씨가 1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인천 인하대 캠퍼스에서 1학년 여학생을 성폭행한 후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이 대학 1학년 남학생 A 씨가 휴대전화를 범행 현장에 놓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한 전문가는 “신고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놓고 간 거다. 정말 화가 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위원은 18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A 씨가) 자수한 게 아니다. 휴대전화가 (현장에) 있으니까 경찰이 전화했고 가해자가 받은 거다. 받고 난 다음 물어보니까 그때야 범행 일부를 시인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우발적인 사고였다면 사건 직후 신고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기에 고의성이 짙다고 판단한 것.

승 연구위원은 “(A 씨가) 피해자의 옷을 피해 현장이 아닌 다른 장소에 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면 증거인멸”이라며 “물론 자기 범죄의 증거인멸은 처벌하진 않지만 이 또한 범행 후의 정황이고, 범행 후의 정황도 양형 사유에 판단될 수 있기 때문에 분명히 가중되는 양형 참작 사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A 씨가) 신고할 정신은 없었는데 피해자의 옷을 다른 곳에 둘 정신은 있던 걸 보면 법정에서 정신 못 차릴 정도의 만취 상태였다고 주장할 근거는 없는 거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애당초 술을 먹고 성폭행했을 때 심신미약은 적용 안 되는 것이고, 두 번째 중요한 것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자기가 범죄를 저지른 것을 제대로 반성하지 않고 핑계 대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판사라면 이런 모습을 봤을 때 결코 피의자가 진지한 반성을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죄질이 안 좋은 쪽으로 판단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20대 여성이 추락한 인하대 공대 건물에 출입금지 테이프가 붙여져 있다. 뉴스1

앞서 A 씨는 지난 15일 경찰에 긴급체포된 뒤 17일 구속됐다.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인하대 건물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15일 오전 1시 20분경 A 씨가 피해자 B 씨를 부축해 강의실과 연구실이 있는 건물로 들어갔으며,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서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3층에 사건 발생 장소를 비추는 CCTV는 없었다.

이에 앞서 A 씨는 피해자 및 다른 남학생 1명과 인하대 인근 술집에서 기말시험 뒤풀이를 가졌다고 한다. 이들은 같은 동아리 소속이었다. 술자리가 끝나자 A 씨는 “학교까지 바래다준다”며 B 씨와 함께 가게를 나섰다. 이후 B 씨는 15일 오전 3시 49분경 건물 입구 앞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 채 행인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경찰은 A 씨가 성폭행 사실을 인정함에 따라 준강간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또 A 씨가 성폭행 후 피해자를 건물 창밖으로 떠밀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밀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가 피해자를 떠밀었을 경우 적용 혐의는 살인으로 바뀐다. 경찰은 피해자의 옷이 추락 지점 외에 현장과 다소 떨어진 교내 장소에서도 발견되면서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