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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ESG 공급망 실사법 추진...수출기업 '비상'

입력 | 2022-07-18 13:48:00


올해 초 유럽연합(EU)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급망 실사법 초안을 발표함에 따라, 수출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EU에서 활동하는 대기업뿐 아니라 해당 기업에 중간재를 납품하는 협력사까지 ESG 경영에 대한 실사를 받아야 하고, 미흡하면 시정 조치가 내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수출기업 절반 이상이 미흡한 ESG 경영으로 계약·수주 파기를 우려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출처=셔터스톡


지난 2월 23일, 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법'(Directive on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이하 'ESG 실사법') 초안은 지속가능한 생산 방식을 기업 활동에 내재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됐다. 이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EU 수출 기업 공급망에 연결된 납품·협력기업의 인권과 환경 침해 여부까지 조사하는 게 의무화된다. 이때 문제가 발견되면, 시정조치를 내리고 이후 해당 내용을 공시하는 방안까지 법안에 담겼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ESG 실사법 시행으로 EU 역내 약 1만2800개사, 역외 4000개사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공급망 실사 적용 대상. 출처=코트라


EU에서 활동하는 우리나라 대기업과 중견기업, 그 기업에 중간재를 납품하는 협력사 등이 ESG 경영 준수 여부에 대한 실사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비 수준은 미흡한 실정이다.

수출기업 52.5% ESG 경영 미흡으로 계약 파기될라…발 동동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수출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수출기업의 공급망 ESG 실사 대응 현황과 과제'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52.2%가 공급망 내 ESG 경영 수준 미흡으로 고객사(원청기업)로부터 계약·수주 파기의 우려가 있다고 응답했다.

ESG경영 미흡으로 향후 계약수주 파기될 가능성에 대한 응답. 출처=대한상공회의소


원청기업이 ESG 실사를 시행할 경우, 이에 대한 대비도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ESG 실사 대비수준’을 묻는 말에 ‘낮다’는 응답이 77.2%(매우 낮음 41.3%, 다소 낮음 35.9%)로 나온 반면, ‘높다’는 응답은 22.8%(매우 높음 1.2%, 다소 높음 21.6%)에 그쳤다.

구체적으로 ‘실사 단계별 대응수준’을 묻는 말에 ‘대응체계 없음’이라는 응답이 절반 이상인 58.1%에 달했고, ‘사전 준비 단계’라는 응답은 27.5%에 불과했다. 협력업체의 공급망 실사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협력업체 ESG 실사 경험 10% 내외… 진단·평가 컨설팅 관련 지원책 시급

원청업체가 공급망 내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하는‘ESG 실사, 진단·평가, 컨설팅 경험’도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경험이 있다’고 답한 경우는 ESG 실사(8.8%), 진단·평가(11.8%), 컨설팅(7.3%) 등 분야별로 10% 내외에 그쳤다. ESG 진단과 평가와 관련한 정책적인 지원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공급망 내 협력업체의 ESG 실사, 진단/평가, 컨설팅 경험 유무에 대한 응답. 출처=대한상공회의소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일반적으로 고객사에 해당하는 대기업은 비교적 ESG 경영을 잘 수행하며 협력업체들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편”이라며, “반면, 공급망 중간에 위치한 중소·중견기업은 여전히 ESG 준비가 미비한 상태에서 고객사의 ESG 요구까지 대응하고 있다. 여기에 하위 협력업체까지 관리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 “ESG 실사 관련 정보, 전문인력 부족” 호소


응답업체들은 ‘공급망 ESG 실사 관련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내부 전문인력 부족’(48.1%)을 꼽았고, 이밖에 ‘진단 및 컨설팅/교육 비용 부담’(22.3%), ‘공급망 ESG 실사 정보 부족’(12.3%) 등을 언급했다.

실제로 대한상의 조사에 응한 충남 천안 소재 공업용 밸브장치 제조 기업 관계자는 “탄소배출과 신재생에너지, 산업안전 문제에 대해 고민이 많고, 거래하는 대기업 수도 20개나 되지만 아직 ESG 실사에 대한 요구를 받고 있지는 않다”며 “전문인력도 부족하고 ESG 정보도 부족한 상황이라 ESG 실사나 평가를 진행할 여력이 없고, 기업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불필요하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올해 초 EU의 공급망 실사 기준 초안이 발표되고 내년 1월부터 독일 공급망 실사법이 시행되면서 수출기업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며, “공급망 관리를 잘하는 기업은 글로벌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경쟁력을 갖게 되는 만큼, 수출기업들을 위해 공급망 ESG 실사, 컨설팅, 전문인력 양성 등을 지속해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IT전문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