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 2022.7.18/뉴스1 © News1
윤석열 정부가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이란 평을 들어온 양국관계 개선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한일 외교장관회담 등을 위해 18일부터 사흘 간 일정으로 취임 후 첫 일본 방문길에 오른 것이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부의 첫 외교장관 방일인 만큼 소중한 기회를 잘 활용해 한일 간 여러 현안들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함으로써 양국 공동 이익에 부합하는 좋은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며 “윤 대통령이 한일관계 개선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뜻을 일본 측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도쿄 외무성 이쿠라(飯倉)공관에서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과 첫 양자 회담을 한 뒤 업무 만찬도 함께한다. 박 장관은 방일 2일차인 19일엔 기시다 총리를 예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가에선 박 장관이 이번 방일을 통해 2018년 10월 일본 전범기업들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판결과 그에 따른 일본 측의 ‘보복’, 즉 2019년 7월 발동된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조치 등으로 악화된 양국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전부터 “한일관계의 경색 국면을 극복하기 위해선 올바른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도 한일 간 과거사 갈등과 별개로 양국관계 개선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을 표시해온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이달 10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 이후 ‘기시다 총리의 정치적 활동 공간이 좀 더 넓어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 일본 측과의 협의를 거쳐 당초 지난달로 검토했던 박 장관 방일을 이달로 미룬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작년 10월 중의원(하원) 선거 이후 이번 참의원선거까지 2차례 국정 선거(국회의원 선거)를 모두 집권 자민당(자유민주당)의 승리로 이끌었다.
그러나 일각에선 기시다 총리가 보수 성향의 자민당 내에서 ‘온건파’로 분류되긴 하지만, “우리의 한일관계 개선 노력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자민당 내 최대 파벌 수장이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최근 사망과 그에 따른 여론 동향이 당분간 일본 정국 향배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단 점에서다.
아베 전 총리는 앞서 일본 정부가 우리 측을 상대로 강제동원 피해배상 판결에 따른 ‘보복’ 조치를 취했을 당시 일본 총리였다. 이와 관련 박 장관은 아베 전 총리의 정치적 영향력을 고려, 방일시 그를 직접 만나는 방안 또한 검토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베 전 총리는 이달 8일 참의원선거 지원유세 과정에서 총격에 숨지고 말았다.
이에 대해 외교소식통은 “아베 전 총리가 사망한 현 상황은 오히려 기시다 총리가 당분간 한국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기 어려운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아베 전 총리의 유훈을 따라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자민당 내 ‘대한(對韓)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손열 동아시아연구원(EAS) 원장은 “한일관계는 몇 달 내에 개선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아베 전 총리 추도 분위기가 기시다 총리에게 주는 영향은 정말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박 장관은 이날 출국길에 김포~일본 하네다(羽田) 국제공항 간 항공편을 이용했으며, 귀국시에도 같은 노선을 이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포~하네다 노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2년여 간 운항이 중단됐다가 지난달 29일 한일 간 민간교류 활성화 차원에서 지난달 29일 재개됐다.
이 때문에 박 장관의 김포~하네다 노선 이용 또한 양국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우리 측의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