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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한일관계 개선’ 본격 시동… 박진 외교장관 첫 방일

입력 | 2022-07-18 16:43:00

박진 외교부 장관. 2022.7.18/뉴스1 © News1


윤석열 정부가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이란 평을 들어온 양국관계 개선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한일 외교장관회담 등을 위해 18일부터 사흘 간 일정으로 취임 후 첫 일본 방문길에 오른 것이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부의 첫 외교장관 방일인 만큼 소중한 기회를 잘 활용해 한일 간 여러 현안들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함으로써 양국 공동 이익에 부합하는 좋은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며 “윤 대통령이 한일관계 개선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뜻을 일본 측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도쿄 외무성 이쿠라(飯倉)공관에서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과 첫 양자 회담을 한 뒤 업무 만찬도 함께한다. 박 장관은 방일 2일차인 19일엔 기시다 총리를 예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외교부 장관이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위해 일본에 간 건 지난 2017년 12월 강경화 당시 장관 이후 4년7개월 만에 처음이다.

외교가에선 박 장관이 이번 방일을 통해 2018년 10월 일본 전범기업들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판결과 그에 따른 일본 측의 ‘보복’, 즉 2019년 7월 발동된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조치 등으로 악화된 양국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전부터 “한일관계의 경색 국면을 극복하기 위해선 올바른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도 한일 간 과거사 갈등과 별개로 양국관계 개선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을 표시해온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이달 10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 이후 ‘기시다 총리의 정치적 활동 공간이 좀 더 넓어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 일본 측과의 협의를 거쳐 당초 지난달로 검토했던 박 장관 방일을 이달로 미룬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작년 10월 중의원(하원) 선거 이후 이번 참의원선거까지 2차례 국정 선거(국회의원 선거)를 모두 집권 자민당(자유민주당)의 승리로 이끌었다.

앞으로 일본에선 3년 뒤 다음 참의원선거가 치러질 때까지 기시다 총리가 중의원(하원)을 해산하지 않는 한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지 않는다. 즉, 기시다 총리로선 참의원 선거 승리를 통해 ‘자기 정치’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기시다 총리가 보수 성향의 자민당 내에서 ‘온건파’로 분류되긴 하지만, “우리의 한일관계 개선 노력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자민당 내 최대 파벌 수장이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최근 사망과 그에 따른 여론 동향이 당분간 일본 정국 향배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단 점에서다.

아베 전 총리는 앞서 일본 정부가 우리 측을 상대로 강제동원 피해배상 판결에 따른 ‘보복’ 조치를 취했을 당시 일본 총리였다. 이와 관련 박 장관은 아베 전 총리의 정치적 영향력을 고려, 방일시 그를 직접 만나는 방안 또한 검토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베 전 총리는 이달 8일 참의원선거 지원유세 과정에서 총격에 숨지고 말았다.

이에 대해 외교소식통은 “아베 전 총리가 사망한 현 상황은 오히려 기시다 총리가 당분간 한국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기 어려운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아베 전 총리의 유훈을 따라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자민당 내 ‘대한(對韓)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일각에선 “강제동원 등 한일 간 과거사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는 점에서 한일 양측이 이번 박 장관 방일과 외교장관회담 등을 통해 ‘장기적 관점’에서 관계 개선을 위한 ‘모멘텀’은 계속 이어가려 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손열 동아시아연구원(EAS) 원장은 “한일관계는 몇 달 내에 개선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아베 전 총리 추도 분위기가 기시다 총리에게 주는 영향은 정말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박 장관은 이날 출국길에 김포~일본 하네다(羽田) 국제공항 간 항공편을 이용했으며, 귀국시에도 같은 노선을 이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포~하네다 노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2년여 간 운항이 중단됐다가 지난달 29일 한일 간 민간교류 활성화 차원에서 지난달 29일 재개됐다.

이 때문에 박 장관의 김포~하네다 노선 이용 또한 양국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우리 측의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