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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읍성 개축한 조선 후기 문신 정언섭 고문서 ‘햇빛’

입력 | 2022-07-19 03:00:00

부산시립박물관, 55점 기증받아




부산 동래부사를 지내며 동래읍성을 개축한 조선 후기 문신인 정언섭(1686∼1748)과 관련한 고문서 55점이 290여 년 만에 부산으로 돌아왔다. 부산시립박물관은 정언섭의 9대손인 정한식 씨(70)로부터 정언섭과 그 가문 관련 고문서 55점을 기증받았다고 18일 밝혔다.

정언섭은 1730년부터 1733년까지 동래부사로 재직하면서 임진왜란 이후 140년간 방치됐던 동래읍성을 개축했다. 동래부의 독자 재원을 투입해 착공 200여 일 만에 공사를 끝낸 것. 이런 성과로 그는 영조의 신뢰를 받았고 이후 충청도 관찰사와 승정원 도승지, 병조·호조·예조참판 등 주요 직책을 맡았다.

이번에 기증된 유물은 영조가 정언섭에게 보낸 185건의 교지(국왕의 뜻을 담은 문서)를 엮은 교지첩 3권과 영조가 지은 시를 수록한 ‘영은어제’, 영조가 후세의 왕을 위해 만든 교훈서로 정언섭에게 하사한 ‘어제상훈’ 등이다. ‘금호상원시첩’과 ‘호암당비명’에서 그동안 확인되지 않았던 정언섭의 실제 글씨도 확인할 수 있다.

후손인 정한식 씨가 부산시립박물관에 유물을 기증하게 된 배경도 흥미롭다. 충북 청주에 사는 정 씨는 4월 정언섭이 임진왜란 순절자의 유해를 모아 조성한 ‘임진동래의총’을 찾았다. 그는 이때 문화관광해설사가 정언섭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담아 설명하는 것을 듣고 감동했고, 부산시가 정언섭의 업적을 가장 잘 보존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그가 자택에 보관하던 고문서 전체를 부산시립박물관에 기증하게 된 배경이다. 정은우 부산시립박물관장은 “동래부사를 지낸 정언섭의 유품이 부산으로 올 수 있게 돼 매우 의미가 깊다”며 “기증된 유물은 보존처리 과정을 거쳐 시민들에게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화영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