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은 또 정 전 실장이 입장문에서 사건 당시 발언 순서 등을 교모하게 왜곡했다고 주장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지지율 하락을 만회하기 위한 신(新)북풍몰이”라고 맞섰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부는 이날 강제 북송 당시 현장을 담은 3분 56초짜리 동영상을 공개했다.
● 與 “나포 직후 귀순 의사”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18일 MBC 라디오에서 “(탈북 어민 2명의) 나포 직후 워딩이 ‘북한에 살기 어려워서 내려왔다’고 했고 동해안에 입항했을 때도 재차 귀순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다. 21대 국회 전반기에 국가정보원 보고를 다루는 국회 정보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를 맡았던 하 의원은 “얼마 전 정보위에서 보고 받은 내용과 정 전 실장 입장문이 너무 다르다”며 이 같이 말했다. 하 의원은 또 정 전 실장의 입장문 곳곳에 이들의 귀순 의사를 감추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 전 실장이) 탈북 어민들이 제압당할 당시 ‘죽어도 웃으면서 죽자’고 했다며 귀순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는데, 해당 발언은 붙잡히기 전 경고사격 당시 한 말이었고 붙잡힌 직후엔 귀순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또한 정 전 실장이 ‘페인트칠까지 새로 해서 (살인) 증거를 완벽하게 인멸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 하 의원은 “배 바깥에 페인트칠을 해 식별번호를 바꾼 것을 마치 배 전체에 페인트칠한 것처럼 포장했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탈북어민 북송사건 공세가 ‘신북풍몰이’라며 맞섰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불리한 여론지형을 바꾸기 위해 시작한 여론몰이가 점점 심각한 양상”이라며 “이제는 16명을 살해하고 바다에 수장한 희대의 흉악범을 비호하는 데까지 이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들을 북한에 보낸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기 위해서 이 흉악범의 반인륜적 범죄까지 눈을 감아야 한단 말인가”라며 “대한민국을 북한의 흉악범 도피처로 만들자는 이야기냐”고 덧붙였다. 민주당 박균택 정치보복수사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선택하기 어려운 사안을 정치적으로 판단해 결정한 것인데, 여기 형사적 잣대를 들이대는 건 정치적 공격”이라고 했다.
● 통일부, 강제북송 장면 영상 공개
이날 통일부는 2019년 11월 7일 탈북 어민 2명이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에서 북송될 당시 촬영된 3분 56초 분량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A씨(당시 22세)는 MDL에서 안대를 벗고 북한군을 보자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았다. 이어 옆에 있는 돌난간으로 기어가 ‘쿵쿵’ 소리를 내며 머리를 찧자 사복 차림의 경찰특공대원들이 “야야야 잡아!”라며 말렸다. 이후 A 씨는 대원들에게 붙잡혀 발버둥쳤지만 북한군에게 넘겨졌다.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당시 현장에 있던 통일부 직원 1명이 개인 휴대전화로 과정을 촬영했고 소수의 업무 관련자에게만 공유해 (이 영상이) 통일부 공식 기록물로는 관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국회의 영상 존재 여부 확인 요청 이후 업무용 PC에서 이 영상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법률 검토를 거쳐 “공개하지 않을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영상을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상 공개에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강제북송 사건의 실체가 그대로 드러났다”며 “책임지는 사람이 분명히 나와야 된다”고 했다. 반면 우 위원장은 “선정적인 장면 몇 개를 공개해 국민들 감정선을 자극하겠다는 취지”라고 반발했고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었던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통일부가 그렇게 할일이 없느냐. 영상 공개는 통일부 역사에 치욕의 순간이 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조동주기자 djc@donga.com
김은지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