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조종-부정거래 등 불공정거래… 적발서 처벌까지 시간 너무 걸려 범죄자 금융거래 못막고 재범률 쑥… 9월중 행정제재 도입 방안 마련 상장사 임원 선임 등 제한하기로, 최대 2배 과징금 법안도 추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도움될것”
이 씨는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무자본 M&A를 비롯해 시세조종, 미공개 정보 이용 등 최소 7건의 주식 불공정거래 사건에 연루됐다. 부당 이익은 수백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 중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을 빼고 확정된 처벌은 800만 원 벌금형에 불과하다.
앞으로 이 씨처럼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를 한 사람을 겨냥해 금융당국의 제재만으로 주식 등 금융 거래를 차단하고 상장사 임원 선임을 제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형사 처벌과 별개로 금융당국이 ‘자본시장 범죄와의 전쟁’에 본격 나선 것이다.
○ 금융당국이 주가 조작범 주식 거래 차단
당국은 행정제재 도입과 더불어 불공정거래로 얻은 부당이득에 대해 최대 2배의 과징금을 물릴 수 있도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도 조속히 추진할 계획이다.
당국이 행정제재 도입에 나선 것은 불공정거래 사건을 적발해 형사 처벌을 확정하기까지 너무 오래 걸리는 데다 범죄자들의 금융 거래를 제한할 장치가 없어 재범률이 높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증선위가 불공정거래로 검찰에 통보한 사건이 기소 처분을 받기까지 평균 393일, 검찰 기소 후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기까지 평균 12.9개월 걸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를 한 307명 가운데 21.5%는 과거 전력이 있는 재범자였다.
○ “행정제재,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도움 될 것”
주요 선진국들은 금융당국의 행정제재를 통해 불공정거래 행위자의 자본시장 참여를 제한하고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자체 조사를 통해 금융 거래 중지는 물론이고 상장사 취업 제한, 민사 제재금 청구 등을 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최대 사기극으로 꼽히는 ‘테라노스 사태’에 대한 제재가 대표적이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자본시장 규모에 비해 불공정거래에 대한 처벌이 약한 편”이라며 “과징금 부과, 자본시장 참여 제한 등의 행정제재를 조속히 도입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