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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공포’에 대기업 투자 흔들린다…SK하이닉스 청주 증설 보류

입력 | 2022-07-19 10:04:00


반도체 팹 설비. /뉴스1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TSMC에 이어 SK하이닉스도 설비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섰다. 청주 공장(M17) 증설 계획을 전격 보류했다.

경기 침체로 반도체 가격이 하락한 상황에서 과도한 투자가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른바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9일 이사회에서 청주의 신규 반도체 공장 증설 안건을 보류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지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에 신규 반도체 공장(M17)을 증설할 계획이었다. 약 4조3000억원을 투자해 2025년 완공하는 것이 목표였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초 착공을 위해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했지만 고물가·고환율·고금리발(發) 복합위기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 계획을 미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3일 대한상의 주최 제주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하반기 경기 침체로 인해) 전술적 측면에서 투자 지연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SK하이닉스가 전자기기 수요 감소를 고려해 내년 자본 지출 규모를 16조원으로 종전 계획보다 25%가량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보도했다.

미국 마이크론도 당초 계획보다 설비투자를 줄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오는 9월부터 신규 공장 등 설비투자를 줄이기로 했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도 속도 조절에 나섰다. 올해 설비 투자액 계획을 기존 400억~440억 달러에서 400억 달러로 낮췄다. 올 상반기까지 투자액이 167억 달러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이마저도 맞추기 어려울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반도체 장비업체 ASML를 방문, 생산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일부에서는 삼성전자도 보수적인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들도 대규모 신규 투자에 대해 신중한 모습”이라며 “원자잿값이 오른 상황에서 무리하게 투자하기보다는 상황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체들의 투자 축소는 그만큼 시장이 어렵다는 방증이다.

앞서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오는 4분기(6~8월) 매출 전망치로 72억 달러를 제시했다.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전망 평균치)인 91억4000달러보다 21.2% 낮은 수치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로 소비 심리가 꺾이면서 모바일과 PC 등 제품 수요 부진과 재고 증가로 인한 부담을 고려했다. 마이크론은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로 올해 성장이 장기 연평균성장률(CAGR)을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D램 가격은 하락 중이다. 글로벌 D램 가격(DDR4 PC용 범용 기준)은 지난해 7월 4.1달러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떨어졌다. 지난달 말 3.35달러까지 내렸다.

전망도 어둡다. 트렌드포스는 올 3분기 D램 가격이 2분기보다 10% 가까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전망치(-3~8%)보다 눈높이를 더 낮췄다.

스마트폰과 PC, TV 모두 수요가 침체된 탓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스마트폰 판매 전망치를 14억5600만대로 잡았다. 지난해 15억6700만대보다 7.1%나 줄었다.

PC 판매 전망치도 지난해(3억4200만대)보다 9.5% 감소한 3억1000만대로 추정했다. 태블릿 역시 1억4200만대가 판매돼 지난해(1억5600만대)보다 시장 규모가 약 9% 줄어들 전망이다.

이주완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 가격 하락은 예상된 상황”이라며 “이미 D램 가격은 빠지기 시작했고, 낸드도 하반기로 가면 공급과잉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