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팔방 움직여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코끼리 코가 만능인 이유는 단순히 근육의 힘이 아닌 피부의 주름 때문에 가능하다는 미국 대학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국 조지아 공과대학 연구원들이 미국 국립과학원회보(NAS)에 코끼리 코의 부분에 따른 피부 유연성의 차이가 코를 안쪽보다 바깥쪽으로 더 많이 뻗을 수 있게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조지아 공과대학 기계공학 박사과정 학생이자 이번 연구의 저자인 앤드루 슐츠와 그의 동료들은 애틀랜타 동물원과의 협업을 통해 연구를 진행했다.
많은 사람들은 움직임이 간단하기 때문에 그 과정 또한 간단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움직임을 고속 카메라로 관찰한 결과 코끼리 코는 문어 다리나 사람의 혀처럼 균일하게 늘어나지 않았다.
끝을 먼저 뻗은 뒤 나머지 부분이 순차적으로 늘어났다. 마치 망원경을 뽑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연구원들은 이와 같은 신축적인 움직임이 코 전체를 움직이는 것보다 더 에너지 효율적일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만약 코를 균일하게 움직여 늘일 경우 코끼리는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
연구원들은 이 모습을 더 상세하게 분석했고 위쪽과 아래쪽이 다른 것처럼 코의 모든 부분에서 특이한 비대칭이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다.
코끼리 코가 길어질수록 바깥쪽을 향하는 부분은 땅을 향하는 부분보다 15% 더 멀리 뻗었다.
처음에 연구원들은 위아래 부분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오류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추가적인 기계적 테스트를 진행하며 의심을 거뒀다.
이 피부 차이는 코끼리 코의 다른 기능에도 적용된다.
코끼리 코의 윗면은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햇빛으로부터의 보호가 필요해 유연한 갑옷과 같다. 반면 아랫부분은 더 작은 주름들로 덮여 있고 물체를 잡거나 옮기는 데 사용되지만 햇빛에는 거의 노출되지 않는다.
코끼리 코의 생체역학적 복잡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던 스위스 제네바 대학의 미셸 밀린코비치 교수는 “이 연구가 피부 자체가 생체역학에 관여한다는 것을 일깨워줬다”고 말했다.
그는 “코끼리 코의 움직임에서 영감을 얻는 기술자들이 로봇을 제작할 때 모터나 내부 재료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포장지의 기하학’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꼭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NYT는 “이 연구는 코끼리 코의 능력을 더 정확하게 모방하는 미래 로봇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과 함께 이 놀라운 도구를 마음껏 다루는 멸종위기종 보존의 중요성도 강조한다”고 전했다.
슐츠 또한 “모든 생물이 살아있는 한 생물학적 영감은 언제나 위대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