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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아픈 시민 찾아 서울 방방곡곡 ‘이동상담소’ 달린다

입력 | 2022-07-20 03:00:00

市 운영 ‘마음안심버스’ 큰 호응
노인 등 취약층 무료 심리검사-상담
음주중독 체크 인기…신청자 급증



12일 서울 한 아파트 단지 안 ‘마음안심버스’ 앞에서 주민들이 음주 상담을 받고 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아무 말도 하지 말고 편안한 상태에서 1분간 정신을 집중해 보세요.”

12일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단지 안에 멈춰 선 ‘마음안심버스’에 올라타자 미니 심리상담실이 펼쳐졌다. 상담실로 개조한 버스 안에는 심리검사와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테이블이 놓인 작은 방이 두 개로 나뉘어 있었다. 각각의 방에서 검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현재 심리 상태를 해석해 주는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심리검사는 자율신경계의 균형 정도를 분석해 스트레스 수준을 측정하는 심박변이도(HRV·Heart Rate Variability) 검사다. 기자를 검사한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 심리지원팀 소속 김서윤 씨는보건 “버스 엔진 소음 등 방해요소를 감안하면 컨디션이 좋은 편”이라고 했다. 검사 결과 스트레스나 우울, 불안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되면 전문 기관에 인계한다. 김 씨는 “많을 땐 하루 3건을 인계한다”고 했다.

마음안심버스는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올해 3월 도입한 이동식 정신건강센터다. 버스에 타면 스트레스나 우울, 불안 등 심리 상태를 알 수 있는 검사를 무료로 해주고, 필요할 경우 전문가와 심리상담도 진행한다. 가상현실(VR) 기계로 명상이나 집중력 훈련 프로그램도 체험해 볼 수 있다. 마음안심버스는 정신건강 관리에 자칫 소홀할 수 있는 1인 가구 청년층이나 경제적 취약 계층이 밀집한 지역을 우선적으로 찾아간다.

이날 버스가 멈춘 아파트 단지에서는 유독 중·장년층의 큰 관심을 받았다. 보통 하루에 70명 정도가 버스를 이용하는데, 이날은 점심시간이 지나자 20여 명이 버스 주변으로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스트레스 측정을 받고자 줄을 선 이모 씨(67)는 “가슴이 답답하고, 이유 없이 심장이 두근두근할 때가 있다. 소화도 잘 안 된다. 병원에 가긴 부담되고,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해서 와보게 됐다”고 했다.

마음안심버스 앞에 강북구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가 마련한 ‘음주상담’ 코너도 인기 만점이었다. 특히 남성 노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일주일에 음주를 몇 번 하는지, 한 번 음주를 시작하면 얼마나 마시는지 등 질문지에 답을 하면 이를 토대로 상담이 이뤄진다. 강북구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관계자는 “일주일에 매일 술을 마신다고 답해 놓고도 알코올의존증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다. 객관적으로 음주량을 체크해 보고,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마음안심버스는 일주일에 1회 또는 2회씩 서울의 각 구마다 특정 지역을 정해 출동한다. 아동, 청년, 여성, 장애인, 노인 등이 밀집한 지역에 우선적으로 배정한다. 최근에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조직 내에 정신건강 서비스가 필요한 기업이나 단체에서도 버스 신청이 부쩍 늘었다. 군부대, 대학생 기숙사, 호텔 등에서도 버스를 신청해 앞으로 2개월 뒤까지 예약이 꽉 차 있다.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개인의 정신건강 회복 등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