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C투자, 기술혁신 촉진하지만 투자 국가 지나치게 넓히면 불필요한 비용 상승 등 부작용 전략적 제휴와 중복도 유의를
내부 연구개발(R&D)을 통해서만 기술을 확보하는 데 한계를 느낀 대기업들이 최근 외부 기술 확보를 위해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CVC는 파괴적 기술 혁신을 포착하고 선점하는 목적으로 활용된다. 파괴적 기술 혁신이 주로 대기업보다는 신생 벤처 기업에서 태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CVC 투자를 통해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술을 갖춘 신생 기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구글, 인텔, 삼성전자 등의 글로벌 기업들은 CVC 투자 활동을 국내로만 제한하지 않고 해외로도 적극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광범위한 지리적 다각화는 투자 활동에 불필요한 비용을 상승시키는 등 부정적 측면 역시 존재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벨기에 루뱅가톨릭대 연구팀은 CVC 투자를 다양한 지역으로 확대하는 정도(지리적 다각화 수준)가 기업의 기술 혁신 성과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살펴보고자 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유럽 내 주요 국가에서 활동하는 250개의 대기업 중 1998∼2007년 특허 출원과 CVC 투자 활동 기록이 있는 55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증 분석을 진행했다. 검증하고자 하는 각 기업의 기술 혁신 성과는 연도별 특허 출원 건수로 측정했다.
연구 결과 CVC 투자의 지리적 다각화 수준은 기업의 기술 혁신 성과와 ‘역U’의 관계에 있음을 확인했다. 즉, 기업의 CVC 투자 활동 범위를 여러 국가로 확대할수록 혁신적인 기술을 지닌 신생 기업을 발굴할 가능성이 커지고 내부의 기술 혁신도 촉진됐다. 그러나 지나친 지리적 다각화는 장애가 되기도 했다. 너무 많은 국가에서 CVC 투자를 전개하게 되면 국가별로 다른 정치, 문화, 경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치러야 할 노력도 커지기 때문이다. 즉, 투자 활동을 벌이면서 신생 기업의 기술 혁신을 내재화하기 위한 조직 체계나 업무 프로세스 등을 각 국가 상황에 맞게 마련해야 하는 등 상당한 투자가 요구됐다.
따라서 유행에 편승해 CVC 투자를 무조건 확대하기보다는 내부적으로 진행 중인 기술 확보 활동들을 먼저 점검한 다음, 중복되지 않는 형태로 기술 확보 다변화를 추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강신형 충남대 경영학부 조교수 sh.kang@cnu.ac.kr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