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암 암괴 지대에 형성된 자연림, 최근 골프장 등 개발 이어져 훼손 보호지역 추진에 토지주들 반발 제주도, 2024년부터 오름-습지 등 환경자산 보상 지원금 사업 추진
‘숲의 바다’처럼 펼쳐진 곶자왈은 제주지역 생태계의 보고이지만 채석장, 골프장, 도로 개설 등 각종 개발 사업으로 원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곶자왈 등 핵심 환경자산을 보전하기 위해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 도입이 추진된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17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 교래자연휴양림 곶자왈 생태관찰로. 곶자왈은 화산 폭발로 흘러내린 용암이 암괴 형태로 쪼개진 지대에 형성된 자연림을 뜻하는 제주 방언이다. 섬휘파람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생태관찰로에 들어서자 푸른 이끼가 가득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마치 원시의 공간에 빠져드는 듯했다. 때죽나무, 단풍나무, 개서어나무 등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했다. 나무를 타고 올라간 등수국, 바위수국도 보였다. 바닥에는 관중, 십자고사리, 큰톱지네고사리 등이 자리를 잡았다. 교래곶자왈은 상록활엽수가 많은 다른 곶자왈과 달리 낙엽활엽수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곶자왈은 식물 종 다양성과 함께 포유류와 곤충, 새들의 서식처이자 은신처로 생태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를 생성하는 통로이며 과거에는 숯, 약초 등을 얻었던 생활공간이었다. 제주 4·3사건 당시에는 피난처이기도 했으며 지금은 휴양, 산책, 생태교육의 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곶자왈은 크게 안덕과 안덕∼한경∼대정∼한림, 애월, 조천, 구좌∼조천, 구좌, 성산 등 7개 지대로 구분되고 있으며 면적은 95.1km²가량이다. 자연생태나 인문학적으로 상당한 가치를 지닌 곶자왈은 각종 개발 사업으로 위협을 받아 왔다.
곶자왈 보호지역 지정 등에 따른 갈등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주목을 받는 게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에서 “곶자왈을 팔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며 “규제보다는 보상 방식인 제주형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제주시 한경면 산양곶자왈처럼 자연을 보전하려는 개인이나 마을자치회에 보상을 하는 것이다. 관광객에게 부과하려고 논의 중인 환경보전기여금을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환경부가 최근 도입한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는 보호지역·생태우수지역의 토지 소유자, 관리인 등이 생태계 서비스 보전 및 증진 활동을 하면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생태계 서비스는 생태계로부터 얻는 식량, 수자원, 목재, 대기 정화, 재해 방지, 생태 관광, 휴양, 서식지 제공 등 다양한 혜택을 이르는 개념으로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고 있다. 생태계 교란종 제거, 멸종위기 야생생물 서식지 조성, 경관 숲 조성·관리, 생태탐방로 조성·관리 등 22개 유형이 지불제 보상 대상이다.
제주도는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의 사업 범위와 대상 지역, 지불 유형, 지원 절차 및 보상 단가 등을 담은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2024년부터 곶자왈을 비롯해 핵심 환경자산인 오름(작은 화산체), 습지 등을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허문정 제주도 환경보전국장은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는 민간 참여를 통해 환경자산을 체계적으로 보전할 수 있다”면서 “공익적 보상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져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