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육청, 초6-중3-고2 내년 실시… 2024년까지 초3부터 고2까지 시행 하윤수 교육감 대표공약으로 제시 보충학습 통한 학력 향상 취지에도 “학생 삶 팍팍해질 것” 반대 목소리
초중고교생의 학력을 평가하는 학업성취도평가의 내년 9월 시행을 앞두고 교육 현장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수업 중인 부산의 한 고교 모습. 부산시교육청 제공
내년부터 시행될 ‘학업성취도평가’를 앞두고 부산의 교육 현장이 어수선하다. “학교와 학생을 성적순으로 줄 세워 사교육이 성행할 수 있다”는 우려와 “기초학력 상승의 효과가 크다”는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내년 9월부터 초6, 중3, 고2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학업성취도평가를 시행한다고 19일 밝혔다. 본격 시행 1년 전인 올 9월부터 해당 학년 일부를 대상으로 시범 평가가 이뤄진다. 내년 전수 평가 뒤 2024년까지 초3∼고2 전 학생으로 평가 대상이 확대될 예정이다.
학업성취도평가 시행은 하윤수 교육감이 6·1지방선거에서 제시한 대표 공약이다. 한 학생의 특정 과목 성적이 다른 학생과 비교해 어떤 수준인지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파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부족한 부분의 보충학습을 통해 기초학력 향상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과목별 석차 등이 공개되면 ‘성적 줄 세우기’ 논란이 일 수 있어 석차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 대신 과목별 성취율은 개별적으로 알려줄 예정이다. 수학 과목을 예로 들면 ‘A 학생의 함수영역 성취율은 전체 대비 몇 퍼센트 수준’이라는 점이 안내되는 방식이다.
내년 9월부터 시행될 학업성취도평가에 대해 찬반이 나뉘고 있다. 특히 초등학생에 대한 평가는 찬반이 극명하게 갈린다. 찬성하는 쪽은 초등학교에도 제대로 된 평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초등학교에서 이뤄졌던 기초학력평가의 경우 ‘도달’ ‘미도달’로만 학생을 평가했고, 대부분이 ‘도달’을 받아 평가의 의미가 크지 않았다는 것. 이 때문에 중학교 진학 후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시험 평가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이 많다는 지적이 있었다. 부산교사노조 윤미숙 위원장은 “초등학교에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6학년이 중2 선행학습을 하는 등 오히려 사교육이 많았다”며 “학업성취도평가가 시행되면 학교 공부를 충실히 하는 학생이 더 많아지고 전반적인 학력도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대로 중간·기말시험 등 각종 평가가 있는 중고교와 달리 학력평가 시스템이 사실상 없던 초교에서 학업성취도평가가 이뤄질 경우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크다. 초등 5학년 학생을 둔 부모는 “초등 교실에 ‘너 성취율 몇 퍼센트야’라는 말이 돌고, 사라졌던 ‘공부 잘하는 애’ ‘못하는 애’로 나뉘는 분위기가 다시 생길 것”이라며 걱정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부산지부 박용환 정책실장은 “국어와 수학 등 초등학교 성적을 끌어올리려 학생들이 사교육 현장에 내몰리고 학생들 삶이 지금보다 훨씬 팍팍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백양고 1학년 교사 A 씨는 “구체적인 성적이 공개되지 않는다고 해도 결국 학교별 순위가 매겨질 수밖에 없다”면서 “교장 등 관리자는 자신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다고 보고 갖은 편법을 동원해 학생 성적 올리기에 매진하는 등 학교가 과거 모습으로 후퇴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학업성취도평가 전략을 구체화한 하 교육감 인수위원회 관계자는 “평가에 따른 역기능을 최소화하고 순기능을 극대화하는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학업성취도평가의 교육 현장 안착을 위해 ‘부산학력개발원’을 설치해 운영할 예정이다. 이 기관은 학업성취도평가 문항을 개발하고 성취도가 떨어지는 학생을 위한 보충학습을 시행하는 등의 임무를 맡는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