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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깎인 임금 정상화를” vs “수주대금 받기전엔 역부족”

입력 | 2022-07-20 03:00:00

[대우조선 파업]대우조선 하청노조 49일째 파업 왜?
하청노조 “조선업 불황때 고통 감내”…상여금 300% 인상-집단교섭 등 요구
협력업체 “수주 실적 오르고 있지만 18개월 지나야 입금… 당장 어려워”
하청노조 “대우조선-산은과 협상”…독 점거로 생산 차질, 勞勞갈등 번져



파업을 이어가고있는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소속 조합원들이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19일 낮 농성을 하고 있다. 거제=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의 파업이 50일을 향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들과 이 회사에 소속된 근로자들 간 임금 협상 실패로 시작된 이번 사태는 하청업체 노조의 선박 점거 농성 이후 대우조선지회(대우조선해양 정규직 노조)와 하청지회 간 ‘노노(勞勞) 갈등’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19일 조선업계 및 노동계에 따르면 하청지회는 1월부터 임금 30% 인상과 노조 전임자 인정, 상여금 300% 인상, 집단교섭 등을 요구해 왔다. 하청지회는 오랜 조선업 불황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줄어든 임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하며 지난달 2일 파업에 돌입했다. 김형수 하청지회장은 “원청 정규직을 시켜달라는 것도 아니고 조선업 불황 당시 원청 직원 임금이 3% 깎일 때 하청 직원들은 30%를 삭감하며 위기 극복에 동참한 만큼 이제는 임금을 정상화해 달라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고용주인 협력업체들은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선업황이 나아져 수주 실적이 오르고 있지만 당장 임금을 인상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주장한다. 선박 건조계약 수주 시점과 실제 현금수입이 발생하는 시점까지는 1년 6개월에 가까운 시간이 걸리는 조선업의 특수성 때문이다.

19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도크 앞에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오른쪽 가운데)이 농성장을 둘러보고 있다. 거제=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실제 대우조선해양 협력사 7곳은 경영상황이 어려워 최근 폐업했거나 폐업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 블록 탑재 협력사인 동광기업과 작업용 발판을 만드는 영일산업, 도장 협력사 진형이 지난달 30일 폐업했고, 이달 말에는 수호마린·용강기업·삼주, 다음 달 초에는 혜성기업이 폐업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협력업체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파업이 폐업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이번 농성에 앞서 지난해 3∼4월과 올해 4∼5월 각각 1, 2독(선박건조대) 진수가 방해받아 작업이 늦춰졌다. 업계 관계자는 “부분 파업 등이 계속되며 작업이 밀리는 일이 지난해부터 지속돼 결국 누적된 피해가 폐업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전했다.

피해가 누적됐지만 협상에 진전이 없는 것은 협상 주체 문제 때문이다. 하청지회와 그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는 대우조선과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직접 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청지회가 선박 점거 카드를 꺼내든 것도 대우조선을 직접 협상 테이블에 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금속노조도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처우가 열악해진 근본 원인을 원청업체인 대우조선에서 찾고 있다. 대우조선이 조선업 불황을 이유로 하청업체 기성금 인상을 억눌러 결과적으로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대우조선은 어떤 교섭에도 직접 응하지 않고 있다. 원청이 하청의 근로조건에 개입하는 것은 노동조합법상 불법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런 대립은 대우조선에 직접 고용된 노조원(대우조선지회)들이 하청지회에 선박 점거 중단을 요구하고 금속노조 탈퇴를 추진하는 등 노노 갈등이 표면화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하청지회가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대표할 수 있는지도 논란거리다. 대우조선의 110여 개 협력업체 직원 1만2000여 명 중 파업 참여 인원은 22개 협력사의 120여 명뿐이다. 이들을 제외한 98%의 근로자들은 4∼8% 인상 수준에서 개별 임금 협상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거제=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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