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경제안보 동맹]‘3번째 통화스와프’ 가능성 열어둬 美 긴축정책에 원-달러 환율 치솟아…韓 환율방어로 외환보유액 감소 2008년-2020년 이어 통화스와프 거론…옐런 “긴밀한 우정에 깊은 의미 부여”
용산 대통령실 찾은 옐런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배석한 가운데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19일 회의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와 함께 추 부총리는 미국이 요청한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상한제에 한국이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양측이 서로가 원하는 것을 하나씩 주고받은 셈이다.
○ 3번째 통화스와프 가능성 열어둬
추 부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옐런 장관을 만나 약 1시간 동안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 동향 및 전망, 대러 제재, 외환시장 상황, 기후변화 대응 등을 논의했다. 이 중 최근 외환시장 불안과 맞물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여부가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올 들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력한 긴축정책으로 원-달러 환율이 치솟았다. 15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4.0원 급등(원화 가치는 하락)한 1326.1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 4월 29일(1340.7원) 이후 가장 높았다.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에 나서면서 외환보유액은 계속 줄고 있다. 올 6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382억8000만 달러로 전달보다 94억3000만 달러 줄었다. 2008년 11월 이후 13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옐런 장관 방한을 계기로 양국의 통화스와프 체결 논의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흘러나왔다.
양국은 앞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300억 달러에 이어 2020년 6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2년 전 맺은 통화스와프는 지난해 12월 종료됐다.
○ 옐런은 러시아 제재에 한국 동참시켜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을 접견하고 있다. 2022.7.19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에 추 부총리는 “도입 취지에 공감하며 동참할 용의가 있다”고 화답했다. 다만 “원유 가격상한제는 국제유가와 소비자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옐런 장관은 한국의 동참 의사에 감사의 뜻을 표시하고 “향후 구체적인 제도 설계에 한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원유 가격 급등에 따른 이익을 얻지 못하게끔 막고 원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를 추진해왔다. 가격상한제는 국제 원유시장에서 러시아산에 대해 일정 가격 이상으로 입찰하지 않기로 원유 소비국들이 약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 7개국(G7)은 지난달 정상회의를 열고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를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 尹 “국제적 명사인 ‘우리 옐런 장관님’”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옐런 장관의 예방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해서 한미 간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을 선언했고, 한미 동맹 관계가 경제안보 분야로 확대돼 나가는 좋은 과정에 장관님을 모신 것”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또 “국제적 명사인 ‘우리 옐런 장관님’을 뵙게 돼 정말 기쁘고 반갑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토빈세(금융거래세)를 주창한 고 제임스 토빈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의 제자이자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옐런 장관을 추어올린 것이다. 옐런 장관은 이에 “한국의 번영된 민주주의, 번창한 경제, 우리의 긴밀한 우정과 공유된 가치들에 대해서 깊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