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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런 “한미, 공급망 차질로 고통…프렌드쇼어링으로 함께 극복해야”

입력 | 2022-07-20 03:00:00

[한미 경제안보 동맹]LG화학 찾아 ‘공급망’ 10번 넘게 강조
“양국 협력해 공급망 병목 해결을”
中-러 겨냥 “독재국이 국제경제 타격”
中 “美가 글로벌시장 분열시켜” 반박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차세대 배터리 기술 등을 전시한 ‘지속가능 갤러리’를 관람한 뒤 연설을 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프렌드쇼어링’으로 한국과 미국 가정에 닥친 물가 인상을 막을 수 있습니다.”

19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이틀간의 방한 일정 중 가장 먼저 LG화학을 찾은 것은 한미 협력으로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물가 상승에 대응하자는 메시지를 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5월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가장 먼저 방문해 첨단기술 공급망 협력을 통한 경제안보 동맹을 강조한 바 있다.

옐런 장관이 방문한 곳은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 입주한 LG화학 연구시설이었다. LG화학은 2차전지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와 분리막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옐런 장관은 연구시설을 둘러본 뒤 10여 분간 발언하면서 ‘공급망’을 열 번 넘게 언급했다.

그는 “한미 소비자들이 공급망 차질로 물가 인상의 고통을 받고 있다”며 “한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부품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양국이 서로 협력해 공급망 병목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는 “독재 국가들이 국제 경제에 큰 타격과 압력을 주고 있다. 불공정한 질서를 통해 각 국가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건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옐런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공급망은 주요 이슈로 다뤄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옐런 장관을 만나 “한미 간 포괄적 전략 동맹이 정치군사안보에서 산업기술안보로, 나아가 경제금융안보 동맹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이에 “한국 경제, 미국 경제, 또 글로벌 경제에 모두 중요한 그런 이슈들에 대해 같이 다룰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한국과의 긴밀한 파트너십에 대해 깊은 가치를 부여한다”고 화답했다.

옐런 장관은 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경제와 공급망을 더 탄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높은 물가와 근로자, 소비자,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값비싼 공급망 혼란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 관련 법안을 추진하면서 삼성전자 등 미국 내 투자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대신 중국 견제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을 반영하고 있다. 18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조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520억 달러(약 65조 원) 규모 반도체 육성 법안 초안에는 중국 등 ‘우려국가(country of concern)’에 첨단 반도체 분야 투자나 공장 증설을 금지하는 가드레일 조항이 포함됐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협박 외교를 일삼으며 인위적인 산업 이전,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시도하며 국제무역 규칙을 파괴하고 글로벌 시장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옐런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경험을 거론하며 “세계 경제가 직면한 현재의 위기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쉽지 않다”며 공동의 노력을 통한 극복을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옐런 장관도 ‘이 같은 협력이 한미가 안보 동맹을 넘어 산업기술 동맹으로 발전해 나가는 길’이라는 점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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