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년 새 국내 대기업 재무건전성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0년 당시 국내 1000대 기업의 부채비율은 300%를 넘었는데, 2010년 이후로 200% 미만 수준을 유지해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단 최근 사회적 이슈의 중심에 있는 대우조선해양은 부채비율, 영업적자, 당기 순손실, 인건비율 등에서 경고등이 동시에 켜진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20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00년~2021년 국내 1000대 기업 부채비율 변동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 부채비율은 수치가 낮을수록 재무건전성이 높다. 통상 200%를 넘으면 경영에 불안요소가 높아지고 300%면 금융비용이 순이익을 깎아먹는 상황, 400%면 기업 존립이 위태롭다는 의미가 강하다.
그러다 2004년으로 넘어오며 부채비율은 264%로 300% 미만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2005년 217%→2006년 220%→2007년 221%→2008년 216%로 220% 내외 수준으로 비슷했다.
2010년(189%)부터는 본격적으로 200% 미만으로 부채비율이 낮아졌다. 2009년에는 153%로 최근 20년 중 가장 낮은 부채비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2020년과 2021년 최근 2년 간 부채비율도 160%로 조사됐다.
부채비율이 400%가 넘는 고(高)위험 기업 숫자도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지난 2000년 당시만 해도 1000곳 중 157곳이 부채비율 400%를 넘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2001년(139곳)과 2002년(110곳)에도 100곳 넘게 포함됐다.
지난 2006년에는 59곳으로 2000년 이후 가장 적었다. 2016년부터 작년까지는 70곳 미만 수준으로 집계됐다. 재무건전성에 경고등이 들어온 기업은 2000년대 초반 때보다는 줄었다.
이 중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의 작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2200%를 넘어섰고, 티웨이항공(1495%), 에어부산(674%), 제주항공(587%) 등도 500%를 넘어섰다. 대한항공은 275%로 항공사 중에서는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에 속했다.
운송업 다음으로 전기·가스업(142.1%), 건설(132.2%), 조선·항공우주업(122%) 순으로 부채비율이 높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포함된 전자업은 47.3%로 가장 낮았다.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작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30%에 그쳤다. 이외 ▲제약업(51.4%) ▲철강·금속(51.8%) ▲석유화학(58.1%) ▲자동차(60.9%) ▲정보·통신(72%) ▲식품(78.5%) ▲유통(87.2%) ▲기계(90.1%) 업종 등은 작년 업계 평균 부채비율이 100% 미만이었다.
지난해 국내 1000대 기업에서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한 대기업 중 비(非)금융 업체이면서 올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400%를 넘고, 1분기에만 영업적자와 순손실을 동시 기록해 트리플 악재의 위기에 처한 곳은 ‘대우조선해양’이 유일했다.
여기에 올 1분기 영업적자 금액만 4700억원이었고, 1분기 순손실 금액도 4900억원 수준이었다. 작년 한해에도 400%에 육박하는 부채비율에 1조7362억원이나 되는 영업적자와 1조6731억원이나 되는 당기 순손실을 봤던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소 측은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건전성은 불과 3개월 새 급속히 나빠졌다”며 “높은 부채비율, 영업적자 및 당기 순손실이라는 세 가지 트리플 악재 이외에도 인건비 비율에도 작년에 이미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 2010년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매출대비 인건비 비율은 6.7% 수준이었다. 이 당시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7200만원 정도였다. 2012년에는 인건비율이 8.2%로 높아지면서 직원 연봉도 7700만원으로 올랐다.
그러다 2016년, 2017년에는 인건비율이 각각 6%, 5.8%로 최근 10년 중 가장 낮았다. 인건비율이 낮다 보니 직원 한 명에게 돌아간 연간 급여도 6000만원으로 감소했다. 지난 2012년 때와 비교하면 20% 넘게 연봉 지갑이 얇아진 셈이다. 2018~2020년에는 평균 연봉이 7000만원대로 회복했지만, 지난해 다시 6700만원, 6000만원대로 회귀했다.
연구소는 지난해 기준 인건비 비율이 13.2%로 10%를 훌쩍 뛰어넘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2010년 이후 인건비율이 10%를 넘은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이는 대우조선해양의 2020년 매출은 7조원대였는데 지난해 4조원대로 1년 새 36% 넘게 쪼그라들었지만 인건비 규모는 6800억원대에서 5900억원대로 13% 수준만 하락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2015년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은 4000%가 넘을 정도로 재무건전성이 매우 심각했었다”며 “이로 인해 경영 개선의 일환 중 하나로 2015년 당시 1만3000명이 넘는 직원 수도 3년 새 3000명 정도 감축한 1만 명대 초반 수준으로 떨어지더니 올 1분기 8800명대로 9000명 미만을 유지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오 소장은 “매출 체격과 영업내실 체력이 동시에 향상되지 않을 경우 대우조선해양의 향후 직원 수는 현재보다 더 적어지고, 급여 수준도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농후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