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싱크탱크 국토연구원, 새정부 부동산 정책 방향 제시
뉴스1
현재 2주택 이상으로 돼 있는 다주택 기준을 3주택으로 바꾸고, 전월세시장 안정을 위해 민간임대사업자 등록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국책연구소의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또 주택의 과잉공급 가능성에 대비해 ‘주택비축은행(가칭)’을 설립하고, 탄소배출 저감 주택 확대를 위해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국토교통부의 정책 싱크탱크인 국토연구원은 새 정부 부동산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내용을 담은 연구보고서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과제와 대응’을 최근 발행했다. 보고서는 역대 정부의 주택정책이 주택시장 안정이라는 목적 달성에 실패한 원인을 분석하고, 앞으로 주택시장에서 주요 현안과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20일 보고서에 따르면 국토연은 역대 정부의 주택정책에 대해 투기 대응과 경기조절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주택을 실패 확률이 낮은 투자처로 국민이 인식하게 만들었고, 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라 수시로 수정하면서 복잡해졌을 뿐 주택시장 안정에는 기여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새 정부에서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각각의 현안에 대해 문헌조사와 설문조사, 해외사례 분석,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해법을 만들어냈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 때 추진됐던 정책과는 사뭇 결이 다른 다수의 해법들을 제시했다.
① 다주택 기준=3주택으로 바꾸자
역대 정부는 2주택 이상을 다주택으로 규정하고,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다주택자에게 세제 상 불이익을 주는 등 규제정책을 펼쳤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을 목적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데 몰두했다. 민간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없애고,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율을 높인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연구원은 다주택과 그 소유자에 대한 복잡한 규제로 세제의 과표체계 뿐만 아니라 주택수 산정방식을 다루는 전문가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고, 다주택자 규제에 따른 주택매물 동결효과로 주택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 지역쇠퇴와 고령화 시대에 대처하기 위해 다주택자 관련 규제를 재편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추가 1주택에 대해서는 10년 이상 보유 의무화나 8년 이상 임대주택 활용 의무화 등과 같은 조건을 붙일 것을 제안했다.
연구원은 이밖에 주택 수 산정을 위한 주택가액과 지역기준을 개편하고,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되거나 세금 혜택을 받고 있는 대상 주택 가운데 기여도가 낮은 주택은 제외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종부세의 일시적 2주택과 상속주택 등에 대한 산정기준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봤다.
② 임차인 주거안정=민간임대사업자 등록 활성화
연구원은 최근 나타나고 있는 전월세 시장의 불안 원인으로 매매가 상승, 수요 증가, 공급 감소, 조세전가 등과 함께 임대차 2법을 꼽았다. 여기에 금리인하도 포함돼 있는 데 연구범위를 2017년 6월부터 2021년말로 제한하면서, 최근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따라서 4년 단기간의 보호에 그치는 임대차 2법의 한계 극복을 위해 세입자가 장기간 거주 가능하면서 집주인이 마음대로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게 모든 임대인을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사업기간을 장기간이 되도록 설계하고, 임대료 상한에 대한 규제를 적용하는 대신 혜택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민간임대사업자 등록 활성화는 문 정부도 초기에 적극 추진했던 정책이다. 하지만 다주택자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반발에 부딪히자 이듬해 혜택을 축소하고, 3년 뒤엔 폐지 방침을 밝히면서 오락가락 정책으로 시장 불안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③ 주택 과잉 공급=주택비축은행 만들자
연구원은 전국적으로 2026년부터, 수도권은 2029년부터 주택공급 과잉으로 인한 주택시장 불안이 야기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금리인상과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총량규제 조치로 주택거래가 급감하고, 가격상승 추세도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의 공급 확대와 정부가 추진 중인 주택공급 계획이 일정대로 이뤄진다는 것을 가정한 분석 결과다.
과잉공급의 여파는 주택시장이 확장기에서 둔화·수축기로 바뀌면 일차적으로 미분양 증가로 나타나고, 이후 건설사와 소비자에게 점차 확대된다. 건설사는 자금난 가중이나 유동 위기로 이어지면서 부도를 맞고, 소비자는 하우스푸어로 전락하거나 역전세(깡통전세)로 고통 받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로 국내 주택시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연구원은 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미분양주택과 재고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가칭) 주택비축은행’을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또 미분양주택이나 원리금 상황이 어려운 집주인의 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고, 일정기간 후 실수요자에게 재분양하는 ‘매입리츠’나 ‘희망임대주택리츠’ 등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④ 탄소배출저감 주택=정책 지원 확대 필요
최근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으면서 온실가스 감축은 모든 분야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하지만 주택시장에서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신축건물의 제로 에너지화나 기존 건물의 그린 리모델링은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비중이 60%를 넘는데다, 가구의 절반가량은 임차인이어서 주택성능 개량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연구원은 해법으로 현행 민간주택 탄소배출 저감 지원정책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우선 금리가 상승하더라도 이자부담이 없도록 무이자 지원을 강화하고, 대출금 상환방식을 다양화하며 세금공제 혜택을 도입하는 등 건축주의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지원 대상에 대한 사전·사후 관리 시스템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활용되는 자재별 에너지 소비효율이나 규격, 가격 등에 대한 물가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자 문제에 대한 사후 관리 강화를 위해 그린리모델링 사업 실적이나 하자 발생률, 건축주의 만족도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