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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수도 있지만…” 불길 뛰어들어 아이 5명 구한 美피자배달원(영상)

입력 | 2022-07-20 20:00:00


니콜라스 보스틱(25)이 6세 아이를 안고 불길에 휩싸인 집에서 나오고 있다. 라파예트 경찰국 트위터 캡처

미국에서 한 피자 배달원이 화재가 발생한 가정집으로 뛰어들어 아이 5명을 구해냈다.

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피자 배달원 니콜라스 보스틱(25)은 지난 11일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 라파예트의 한 주택에서 불이 난 것을 목격했다.

당시 차를 운전 중이던 보스틱은 공교롭게도 휴대전화를 가져오지 않아 911에 신고할 수 없었다.

그 순간 그는 누군가 화재가 발생한 집 안에 갇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차에서 내려 해당 집으로 달려갔다.

니콜라스 보스틱(25). 라파예트 경찰국 트위터 캡처

뒷문으로 들어선 보스틱은 “여기 사람 있나요?”라고 연신 소리쳤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그렇지만 계속 집안을 수색했다. 위층에 올라가자 한 살짜리 아기와 10대 3명이 자고 있었다. 보스틱은 “불이 났다”고 외치며 4명을 깨운 뒤 함께 집 밖으로 탈출했다.

그러나 같이 탈출한 아이 중 시아나 베렛(18)이 여섯 살짜리 아이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스틱은 다시 주저 없이 불길로 뛰어들었다.

경찰에 따르면 보스틱이 다시 집안에 들어갔을 때 연기로 가득한 ‘검은 호수’ 같아서 그는 바닥으로 기어가야 했다. 보스틱은 “계단이 연기로 가득했고 열기는 참을 수가 없어서 잠시 망설이기도 했다”면서도 “마지막 아이를 찾을 때까지 포기하지 말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어 “설명하긴 힘들지만 내가 그날 그곳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던 것 같다. 하지만 이상하게 차분해져 최대한 빨리 행동했다”며 “침대와 벽장 아래를 살펴봐도 아이는 없었다. 계단 쪽에서 희미하게 울음소리가 들렸다”고 설명했다.

어둠 속에서 울음소리를 따라가 아이를 찾아낸 보스틱은 이번엔 연기로 인해 탈출할 뒷문을 찾을 수 없었다.

이에 2층으로 뛰어 올라가 맨주먹으로 유리창을 깨고 아이를 안은 채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보스틱이 등 쪽으로 떨어진 덕분에 아이는 별다른 상처를 입지 않았다.

니콜라스 보스틱(25)이 6세 아이를 안고 불길에 휩싸인 집에서 나오고 있다. 라파예트 경찰국 트위터

경찰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보스틱은 소방대원 쪽으로 달려와 아이를 건네준 뒤 곧바로 바닥에 쓰러져 숨을 헐떡이면서도 “아이들은 괜찮나? 제발 괜찮다고 말해 달라”고 묻는다.

보스틱은 깨진 유리창에 팔을 다치고 신체 곳곳에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그는 정말 용감하고 영웅적”이라며 “자신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다시 불이 난 집으로 들어갔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에 보스틱은 “나는 슈퍼 히어로 같은 것이 아니다”라며 “구조에 적당한 시간, 적당한 장소, 그리고 적당한 사람이 있었을 뿐”이라고 했다.

화재는 아이들의 부모가 외출한 사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와 아이들은 17일 보스틱을 만나 정식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보스틱은 “(재회 당시) 눈물이 핑 돌았다”며 “그날 밤에 옳은 일을 하려고 노력했다. 아이들이 모두 괜찮은지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부모 또한 “보스틱은 우리에게 친구 이상”이라며 “그는 이제부터 공식적으로 우리 가족의 일원이다. 새집을 구하면 식사에 초대할 것”이라고 했다.

현지 소방국은 주택 베란다에 남아 있던 재를 화재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