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 전 미국에서 발생한 미제 살인사건을 DNA 유전자 계보를 통해 해결했다. 쓰레기통을 뒤져 발견한 용의자가 마시고 버리고 간 커피 컵이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했다.
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8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 카운티 지방 검사와 매너 타운십 경찰국은 47년간 이들을 괴롭혔던 미제 살인사건을 종결하고 전날 용의자 데이비드 시노폴리(68)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월 당국은 용의자로 추정되는 시노폴리를 미행해 필라델피아 국제공항 터미널을 찾아 그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탑승 전 마시던 커피 컵을 버리고 가자 이를 찾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졌다.
당국은 지난 17일 드디어 시노폴리를 살인혐의로 체포해 보석 없이 구금했다.
1975년 12월5일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 카운티의 한 아파트에서 새신부 린디 수 비클러(당시 19세)가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이 살인사건은 세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사건 당일 비클러의 이모와 삼촌은 그의 집에 들렀다가 끔찍한 모습을 목격했다. 비클러의 청바지는 풀어져 있었고 그의 몸은 19개의 자상으로 뒤덮인 채 거실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그는 현장에서 사망 선고를 받았다.
당시 경찰 당국은 단서를 찾기 위해 300명 가까운 사람들과 면담하고 특별 수사팀을 발족하고 범죄 전문가들에게도 도움을 받았다.
이 사건을 해결한 것은 버려진 커피 컵과 유전자 계보였다. 애덤스 검사 또한 “이번 사건은 DNA 계보가 아니었다면 해결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7년 당국은 DNA 분석을 위한 증거를 제출했고 그의 속옷에서 정액을 발견했다. 2000년 이를 국가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면서 이듬해 재조사에 들어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연방수사국(FBI) 행동분석팀도 특별 수사팀에 포함됐다. 수사팀은 “비클러와 안면이 있는 범인이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5년 후엔 범죄 전문가 단체 ‘비도크 소사이어티’도 이 사건을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그럼에도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유전자 계보란 부모로부터 50%씩 DNA를 물려받는 일반적인 유전법칙에 근거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DNA를 공유하는 지 분석해 계보학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이다.
2020년 12월 버지니아주 레스턴에 위치한 DNA 포렌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파라본 나노랩스’의 연구원 시시 무어는 DNA 증거를 통해 유전자 계보를 분석했다.
그는 “랭커스터에는 범인과 나이, 성별, 가계도가 일치하는 사람이 없다”며 “범인이 이탈리아 작은 마을 가스페리나에 조상을 두고 있을 것”이라 추정했다.
무어는 뉴스 자료와 역사 기록을 자세히 살폈고 데이비드 시노폴리를 관심 인물로 지정했다. 그는 한때 비클러가 살던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기도 했다.
시노폴리의 잔혹한 살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40년 넘게 언론사에 근무했으며 휴가 때는 사냥을 즐기기도 했다. 살해 이후로도 랭커스터 카운티에 거주했다.
2004년엔 나체로 태닝을 하던 여성을 몰래 염탐한 혐의를 인정하며 사생활 침해와 풍기 문란 행위로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