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은 20년 전부터, 블록체인은 2000년 후반부터 나온 기술이다.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은 여전히 중요한 키워드다. 그 사이에 기술이 계속 발전했다. 인공지능에 투자금이 몰린 뒤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자 ‘인공지능 겨울’이란 말이 나왔다. 메타버스, NFT도 겨울이 왔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기술들은 사라질까? 아니다. 기술은 계속 업데이트할 것이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대전은 기술에 경외감을 불러오면서 동시에 많은 사람을 불안하게 했다. AI가 사람의 직업을 대체한다면 우리의 경제 활동은 어떻게 되는 걸까?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소란이 무색하게 AI 발전의 속도는 생각보다 더뎠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컨드브레인의 이임복 대표, 출처=세컨드브레인연구소
다만, 그사이 AI 기술은 상당히 발전했고, 이미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IT트렌드를 연구하는 세컨드브레인 연구소의 이임복 대표는 메타버스와 NFT(대체불가능토큰)는 인공지능의 이야기와 겹친다고 분석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인증서와 컬렉터블, 일상에서 쓰이는 NFT
이임복 대표는 NFT의 활용방식을 네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 디지털 아트 NFT다. 디지털 파일은 복제가 가능해 희소성이 없다. 다만, 음원이나 디지털 그림에 NFT를 적용하면 원본이라는 사실과 소유권을 입증할 수 있다. NFT엔 생성일, 소유권 등의 정보가 저장되므로 해당 파일이 원본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둘째, 게임의 NFT 아이템과 게임을 하면서 환전이 가능한 코인을 받는 P2E(Play to Earn)다. 국내에선 사행성을 이유로 P2E가 불법이라 이 분야가 성장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셋째, 소장가치가 있는 NFT를 수집하는 컬렉터블이다. 컬렉터블은 머리색이나 눈의 색 등이 다른, 조금씩 비슷한 이미지로 구성된 1만 개 정도의 NFT 작품이다. 마지막, NFT 인증서다. 호서대학교는 학위증을 NFT로 발행했고, 성균관대학교는 NFT로 공모전 수상자에게 상장을 수여했다.
이 대표는 컬렉터블과 인증서가 일상에서의 활용도가 높다고 말했다. 디지털 아트는 지금까지 NFT 시장 성장을 견인했지만, 활용 방식은 소유하는 것 정도에 제한된다. 그는 “장관 청문회 때마다 문서가 원본이 맞는지가 논란이 된다. 인증서, 논문에 블록체인의 일종인 NFT를 적용하면 위변조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SSG닷컴의 SSG개런티, 출처=SSG닷컴
블록체인은 정보를 기록한 장부를 여러 사람에게 나눠주는 기술로, 기록된 정보를 위조하려면 과반수의 장부를 해킹해야 한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는 “NFT는 민간 영역에선 명품 인증서로 활용될 수 있다. SSG닷컴은 이커머스 최초로 NFT 기술을 적용해 명품에 대한 디지털 보증서 ‘SSG개런티’를 내놓았다. 명품 중고 거래를 할 때 브랜드사에서 공식 인증한 NFT가 있다면, 거래자를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컬렉터블 NFT는 NFT 커뮤니티의 멤버십 티켓과도 같다고 설명했다. 카드 형식의 멤버십과는 다르게, 블록체인 기반이라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실소유권자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다. 프로젝터 개발자들은 커뮤니티의 혜택과 비전, 그리고 커뮤니티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로드맵으로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NFT 프로젝트는 홀더가 NFT를 구매하고, 계속 보유하도록 유인하는 혜택을 제공한다. 홀더들이 NFT를 팔지 않도록 해 NFT의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서다. 또한, NFT 홀더가 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NFT를 널리 알릴 때 보상을 제공한다. NFT는 IP가 유명해질수록 가치도 올라가기 때문에 보상을 바라는 욕구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이다. 혜택은 추가로 발행한 NFT를 무료로 주거나, 배당금을 주듯 코인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NFT 커뮤니티는 웹 3.0에서 시작하고 발전한다”
이임복 대표는 “NFT 커뮤니티는 웹 3.0을 기반으로 발전한다”고 설명했다. 웹 3.0은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사용자가 직접 소유하고 관리한다는 개념이다. 쉽게 생각하면,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사용한 것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이다. 웹 3.0이 적용되면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고 ‘좋아요’를 누르면 코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대표는 “스팀잇은 좋은 글을 쓴 작성자에게 보상으로 코인을 준다. 이러한 것들이 생태계에 참여한 보상을 받는 개념의 일환이다. 나의 데이터를 내가 줬기 때문에 정당한 방식이다”고 말했다.
출처=셔터스톡
이 대표는 “NFT프로젝트를 만들 땐 커뮤니티를 어떻게 형성하고, 운영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탈중앙 자율조직 다오 (DAO)도 웹 3.0에서 시작한다. 다오는 중앙 관리자가 결정을 내리지 않고, 조직의 개인들이 자율적으로 투표해 의사결정을 하는 조직이다. 조직 운영에 참여할 때 보상이 주어진다. 해당 기업에서 발행한 토큰을 보유한 사람이 운영에 참여한다. NFT 홀더를 다오 참여자로 설정하는 경우도 있다. NFT를 보유한 사람이 커뮤니티나 조직 운영에 참여하게 하고, 참여에 대한 보상을 줘서 더 많은 참여를 끌어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NFT가 1개의 표와 동등하다면, 10개를 소유할 때 표 10개를 행사할 수 있다. 기존엔 주식회사인데도 기업 오너의 이익을 위해서 기업이 주주 권리를 침해하곤 했다. 블록체인에 올린 스마트콘트랙트(코드로 구현한 계약이 특정 조건을 충족할 때 이행되도록 하는 기술)는 코드대로 작동하기 때문에 사람이 개입하지 못한다. 기계적으로 NFT 표 개수 세고 이를 통한 결과가 조직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다”
그는 대기업들이 커뮤니티 NFT를 제작하는 걸 ‘발전을 위한 시도’라고 평가했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이 준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기업이 NFT를 위한 세계관을 형성하고,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역량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대부분의 기업이 ‘넥스트(NEXT)’가 없다. 어떤 혜택을 통해서 커뮤니티를 키울지, 이용자는 어떤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지, 커뮤니티는 어떤 구조로 운영돼야 하는지 등에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뒤처진다는 불안을 이겨내고, NFT를 구매할 땐 공부가 선행돼야”
그에게 NFT를 구매할 때 이용자가 주의할 점이 무엇일지를 물었다. 이 대표가 말한 주의사항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NFT 거래소를 먼저 조사해야 한다. 그는 “최근에 많은 NFT 거래소가 생겼다. 믿을 수 있는 거래소를 선택해야 한다. NFT 거래소가 어떤 체인을 기반으로 운영되는지도 중요하다. 대부분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쓰지만, 많은 거래소가 생긴 만큼 유동성이 떨어지거나 보안에 취약한 사이드 체인(이더리움 등의 메인체인에 연결된 하위 체인)을 이용하는 곳도 있다. 해당 거래소가 사라졌다면, 다른 거래소가 그 사이드 체인을 쓰지 않을 때 NFT를 거래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그는 “NFT를 판매하고 개발자들이 잠적하는 ‘러그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NFT개발사들이 NFT를 판매하고 로드맵을 지키지 않고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 경우에 NFT는 사라지지 않지만, 결국 가치 상승이나 유지를 위한 어떠한 활동도 진행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동아닷컴 IT전문 정연호 기자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