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수 한국표준협회장
전 세계는 바야흐로 ‘기술패권 시대’의 한복판을 관통하고 있다. 기술력이 곧 기업과 국가경쟁력에 직결되는 기술패권 시대에 기술 기준, 즉 ‘표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세계 기술 강국들이 자국 기술을 해당 분야 기준으로 만들기 위해 국제표준 제정을 목표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내수시장 한계를 극복하고자 해외시장 진출을 선언한 한국 기업들에 국제표준은 ‘전가의 보도’와 같다. 자사 핵심 기술의 국제표준화 성공을 기반으로 세계 수위를 다투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 다수의 특허 표준기술로 생활가전 부문에서 독보적 자리에 오른 LG전자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국은 오랫동안 국제표준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관련 역량과 경험을 인정받아 왔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 기업인이 국제표준을 총괄하는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장에 정식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28년간 기술 각축전이 가장 치열하다고 평가받는 완성차 업계 업무 경험을 통해 국제표준의 가치와 힘이 나날이 커지고 있음을 실감해온 조성환 현대모비스 대표가 국제표준 총괄기구 수장 자리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한국 기업인의 ISO 회장 출마는 대한민국이 국제표준화에 더 높은 수준의 기여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음을 증명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 ISO 회장 출마 선언에는 수많은 이들의 적극적인 지원사격도 있다. 국내 표준 책임기관인 국가기술표준원과 한국표준협회, KOTRA와 다수 표준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선거대책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다.
현재 ISO 회장 후보로는 중국기계과학연구총원 이사장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쉽지 않은 경쟁이겠지만, 대한민국 최초 ISO 회장 선출이라는 성공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게 한국표준협회 등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이번 ISO 회장 선거를 통해 국내 산업계의 국제표준 관심 제고 및 참여 확대를 이끌어내고, 나아가 한국이 세계표준 분야를 주도하는 ‘표준 선도국’ 지위에 오를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