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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받던 ‘4세대 실손보험’의 반전… 상반기 27만명 갈아타

입력 | 2022-07-21 03:00:00

보험료 할증 탓 작년 출시땐 저조… 올들어 물가-금리 뛰자 고객 몰려
실손보험 적자 올해 3조 넘을듯
보험사들 ‘4세대로 환승’ 총력전
보험료 1년 반값할인 이벤트도




올해 상반기(1∼6월) 1∼3세대 실손의료보험에서 4세대로 갈아탄 가입자가 27만 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들어 4세대 실손보험을 찾는 소비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구세대 실손보험료를 비롯해 물가, 금리 등이 줄줄이 오르자 기본 보험료가 저렴한 4세대 상품을 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보험사들이 보험료 ‘반값 할인’ 등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기본 보험료 더 싸… 4세대 실손 갈아타자”
20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손해보험사 10곳의 4세대 실손보험 전환 건수는 7만5946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 4세대 상품이 출시된 이후 월간 기준 최대 실적이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월평균 전환 건수(1만7292건)와 비교하면 4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실손보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7월 4세대 상품을 선보였다. 4세대 실손보험은 1∼3세대와 비교해 보장 범위나 한도는 비슷하지만 기본 보험료는 20∼75%가량 저렴하다. 다만 자기 부담 비율이 20∼30%로 높고 병원 진료를 많이 받을수록 보험료가 최대 300% 할증되는 구조로 설계됐다. 이 때문에 보험료 할증에 부담을 갖는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 예상보다 갈아타기 실적이 저조했다.

하지만 올 들어 1∼3세대 보험료를 비롯해 물가, 금리 등이 급등하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올해 1, 2세대 실손보험료는 평균 16% 인상됐다. 3세대 실손보험도 2020년부터 한시적으로 제공하던 할인 혜택이 끝나 보험료가 8.9% 올랐다. 여기에다 물가, 이자 급등으로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기본 보험료가 싼 4세대 상품으로 눈을 돌린 소비자들이 크게 늘었다.

4세대 실손보험 전환 건수는 올 1월 처음으로 3만 건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달까지 꾸준히 늘었다. 올 상반기 총 26만8345명, 월평균 4만4724명이 기존 상품에서 4세대로 갈아탔다. 여기에 신규로 가입한 91만여 명을 더하면 4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는 현재 128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3조 원 적자에… 당국, 업계 4세대 전환 총력
보험업계가 4세대 전환을 늘리기 위해 보험료 할인이나 전담 콜센터 운영 등을 해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 보험사들은 1∼3세대에서 4세대 상품으로 갈아타는 가입자들에게 1년간 보험료를 50% 깎아주는 ‘반값 할인’을 올해 말까지 진행한다. 당초 지난달 말 종료하려다가 최근 갈아타기 수요가 늘자 6개월 더 연장했다.

아울러 보험사별로 4세대 전환을 전담하는 콜센터를 운영하고 기존 가입자를 4세대로 전환시키는 설계사들에게 시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보험사의 4세대 전환 실적을 경영실태 평가에 반영하기로 하는 등 4세대 실손보험 안착에 주력하고 있다.

보험업계와 당국이 4세대 전환에 공을 들이는 것은 백내장 등 일부 비급여 항목에 대한 과잉진료와 보험사기 등이 성행하면서 실손보험 적자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1조2004억 원이던 실손보험 적자는 지난해 2조8602억 원으로 급증한 데 이어 올해 3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백내장 등 비급여 과잉진료가 1, 2세대 실손보험에 집중돼 구세대 상품 보험료는 내년에도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며 “병원 이용이 적은 소비자나 손해율 관리가 필요한 보험사들은 4세대 상품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