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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대통령에 現총리 선출… 시위 격화 조짐

입력 | 2022-07-21 03:00:00


5월 국가부도 후 경제난에 따른 반정부 시위로 대통령이 해외 도피한 스리랑카가 20일 대선에서 라닐 위크레마싱헤 총리(73·사진)를 새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그는 의회가 당선을 공식 발표하는 내일부터 집무를 시작한다. 임기는 9일 사임 의사를 밝힌 후 몰디브를 거쳐 싱가포르로 도망친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대통령의 잔여 임기인 2024년 11월까지다. 그러나 라자팍사 정권에서 총리를 지낸 그 또한 경제난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이 커 정국 혼란 수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이날 스리랑카 의회는 찬성 134 대 반대 82로 그를 신임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5년 임기의 대통령은 원래 국민들이 직접 뽑지만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사임하면 의회가 간선제로 대통령을 선출한다. 1949년 최대 도시 콜롬보의 부유층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법조인으로 활동하다 1977년 정계에 입문했다. 현재까지 6번 총리에 올랐으며 노련하다는 의미의 ‘여우’란 별명이 있다.

그의 앞날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선출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시위대는 대통령 관저 밖에서 집으로 돌아가라는 뜻의 ‘고 홈(Go home), 라닐’이란 구호를 외쳤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의 퇴진 때도 시위대가 즐겨 썼던 구호다. 가디언에 따르면 위크레마싱헤 당선인은 시위대를 ‘파시스트’로 칭할 정도로 이들에 적대적이다. 특히 그는 “대통령이 되면 이들을 진압하겠다”고 밝힌 터라 정부와 시위대 간 충돌이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