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 환자 학교 ‘캔틴스쿨’… 학교-사회로 복귀해야 하는 환자들 학습 결손 줄이고 정서적 안정 지원… 한 시간 넘는 거리 마다않고 찾아와 건강장애 학생 수 4년 새 10.6%↑… 난치병 완치율 높아져 더 늘 전망 ‘병원학교’ 일시적이고 접근성 낮아… 소속감 높여줄 시설-프로그램 필요
19일 서울 마포구 ‘캔틴스쿨’에서 진행된 코바늘 수업에서 학생들이 강사 지도에 따라 뜨개질을 하고 있다. 건강장애 학생을 위해 2015년 설립된 이 학교에선 매년 30∼50명의 소아암 환자들이 글쓰기와 미술치료 등의 수업을 받는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9일 오후 찾아간 서울 마포구의 소아암 환자를 위한 학교 ‘캔틴스쿨’. 10대와 20대 청소년 3명이 책상 위에 코바늘과 실타래를 두고 둘러앉았다. 코바늘 수업은 오랜 투병생활로 인해 근육 움직임이 원활하지 않은 아이들을 위한 여름학기 특별수업이다.
학생들은 처음 잡아보는 코바늘을 낯설어하면서도 강사의 뜨개질 시범을 곧잘 따라 했다. 항암치료를 받느라 머리숱이 거의 빠진 신지수(가명·15) 양은 “내가 쓸 모자를 스스로 만들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부모나 의료진의 도움에만 익숙한 아이들에게 이런 수업은 ‘스스로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이 학교 최정남 대표교사는 “원래 다니는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자존감이 낮아진 아이들이 많은데, 또래와 교류하면서 사회성을 키우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 “도전과 실패 함께 가르친다”
캔틴스쿨은 2015년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지원으로 설립됐다. 학교와 사회로 복귀해야 하는 소아암 환자들의 학습 결손을 줄이고, 정서적 안정을 돕기 위해 만들었다. 기존에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지는 않았지만 건강 등의 문제로 꾸준히 다닐 수 없는 13∼24세 청소년들이 주 5일 이곳을 찾아 원하는 과목을 수강해 듣는다. 학교 이름은 ‘암(cancer·캔서)’과 ‘십대(teenager·틴에이저)’에서 한 글자씩 따서 ‘캔틴스쿨’로 지었다. 지금은 31명이 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 수강료는 무료다.
고등부를 담당하는 최에스더 교사는 “도전과 성취뿐 아니라 실패하는 방법도 가르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오랜 투병생활에 지친 학생들도 캔틴스쿨에 오면 표정이 밝아진다. 한때는 포기하려 했던 학업에 다시 관심을 갖거나, 다양한 수업을 통해 적성을 찾고 장래 희망을 정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 신 양은 “집에서 학교까지 한 시간 반 넘게 걸리지만 전혀 힘들지 않다”며 “이번 방학 때는 영어 불규칙 동사를 공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 모든 ‘건강장애 학생’ 위한 학교로
건강장애 학생은 학교생활 적응이 쉽지 않다. 소아암은 완치되더라도 치료 기간이 최소 3∼5년 걸리고, 후유 장애를 앓는 경우가 많다. 장기 치료로 인한 학습 결손 때문에 수업을 따라가기도 벅차다. 캔틴스쿨에서 중등반을 담당하는 이지은 교사는 “친구들을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눠야 하는지 등 의사소통과 관계 맺기 방법부터 가르쳐야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 ‘교육 사각지대’ 놓인 건강장애 학생들
문제는 이런 학생들을 위한 교육 시설이나 지원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병원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어린 환자들을 위해 주요 대형병원들은 ‘병원학교’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33개 병원에 677명의 학생 환자가 다니고 있다. 하지만 병원학교는 입원 기간에만 다닐 수 있어 병원 밖에서 치료하는 시간이 많은 소아암 등의 환자들이 꾸준히 다니기 어렵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0∼17세 소아암 환자들의 5년 생존률은 2001∼2005년 71.6%에서 최근 80% 이상으로 높아졌다. 건강장애를 겪은 학생들이 학교나 사회로 복귀하는 경우가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다. 허인영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사무총장은 “소아암 환자들이 병원에 머무는 기간은 1년 중 평균 70일 정도”라며 “나머지 약 300일 동안 어린 환자들을 어떻게 돌보고 교육 지원을 강화할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