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단체 대표연설서 尹정부 비판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운데)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뒤 동료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원고지 110장 분량의 연설 중 절반을 정부 비판에 할애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검찰 출신 문고리 육상시” “대통령의 부인이 권력의 실세” 등의 표현을 써가며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문고리 3인방’에 빗대어 “대통령실은 이른바 검찰 출신 ‘문고리 육(六)상시’에 의해 장악됐다는 비판이 있다”며 “박근혜 정부 시절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 농단은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입만 열면 탄핵을 전가의 보도로 쓰는 민주당이 과연 협치 의지가 있는가”라고 반발했다. 이날 국회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시작으로 52일 만에 문을 열었다.
○ “朴 탄핵” “문고리 육상시” 맹공
박 원내대표는 이날 원고지 110장 분량의 연설 중 절반가량을 용산 대통령실과 내각 인선 문제,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비선 수행’ 논란 등에 할애하며 현 정부에 날을 세웠다. 그는 연설 시작부터 윤석열 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낮은 지지율로 공세를 펼쳤다. 그는 “48.6%의 득표율로 당선된 윤 대통령의 최근 지지율은 32%”라며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투표한 국민 3분의 1이 지지를 철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곧 30%도 무너질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온다”며 “출범한 지 두 달 만에, 새 정부의 국정 운영 지지율이 정권 말기의 레임덕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낮은 지지율의 원인으로 대통령실 인사 및 내각 인선 문제를 꼽았다. 그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문고리 3인방’에 빗대어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은 이른바 검찰 출신 ‘문고리 육상시’에 의해 장악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육상시는 중국 후한 말 황제를 에워싸고 전횡을 일삼았던 10명의 환관(십상시·十常侍)을 비유한 말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박 전 대통령 최측근인 정윤회 씨와 몇몇 측근이 월권을 행사한다는 내용의 ‘십상시’ 문건이 공개돼 파문이 인 바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 원내대표가 언급한 ‘문고리 육상시’는 대통령실 복두규 인사기획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주진우 법률비서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윤재순 총무비서관, 강의구 부속실장”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도 직격했다. 그는 “김 여사와 관련된 논란과 국민의 우려에 윤 대통령은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조용히 내조만 하겠다던 대통령의 부인이 대통령도 어쩌지 못하는 권력의 실세라는 말까지 나와서야 되겠느냐”고 했다.
○ 국민의힘 “탄핵을 전가의 보도로 쓰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 시절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등에 대해 “정치보복성 기획 수사와 구시대적 종북몰이로는 국면 전환에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이라고 했다. 이날 민생을 17차례 언급한 박 원내대표는 정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에 대해서도 “삼성전자 등 소수 재벌 대기업 등에 혜택이 집중되는 법인세 감세 등으로 국가 재정이 축소되는 일은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했다.국민의힘은 박 원내대표가 탄핵을 언급한 데 대해 “협치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며 날을 세웠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과거 추억에 빠져 입만 열면 탄핵을 전가의 보도로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문고리 육상시’ 발언에 대해서도 “공개연설인지 가짜뉴스 전달인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실체도, 근거도 없이 육상시 등을 운운하며 국민을 상대로 거짓 프레임 공작 발언을 하는 것은 비겁하고 무책임한 처사”라고 성토했다.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이날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출범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은 윤석열 정부가 현재 민생 경제 위기 상황을 초래한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잘못된 태도”라며 “오늘날 경제, 민생 위기가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점에 대한 진솔한 인정과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